북중 협력관계 과시 사흘 일정 끝… 김정은 접견 여부는 공개 안 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사흘간 방북 일정이 4일 끝났다. 방북 기간 중 왕 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는지 여부는 이날 오후 5시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접견이 성사됐다면 대미 협상 국면에 북한이 중국의 경제적ㆍ정치적 지원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해석 가능하다. 왕 부장이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한 내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요청했을 공산이 크다.
중국 외교부는 방북 중인 왕 부장이 이날 평양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북중 우호 강화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 등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왕 부장이 전날 평안남도 안주시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6ㆍ25전쟁)에 희생된 열사들을 추모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 중국군 묘역에는 청천강 전투에서 숨진 인민지원군 1,156명의 유해가 묻혀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사진 2장과 함께 이 소식을 간단히 보도했다.
왕 부장이 이날 귀국 전 김 위원장을 만났을 수도 있다. 왕 부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한 달쯤 전인 지난해 5월 초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북중 수교 70주년(10월 6일)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 양측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10월에 방중해 달라고 초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올 6월 전격 방북에 대한 답방 요청이라면 외교 관례상 장애는 없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북중 정상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전면 실현하고 북중 수교 70주년 행사를 치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전략적 협력관계임을 미국에 과시할 필요가 있는 북중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미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나 대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야 하는 북한이나 전략적 협력관계임을 환기시킴으로써 미국을 어느 정도 긴장하게 할 수 있다”며 “북중 양측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겠지만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만나줬다면 미국 주도 대북 제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는 북한에게 중국의 경제적 원조와 정치적 지지가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나주지 않았거나 설령 만났더라도 그 사실을 북중이 공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수위 조절 차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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