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찾은 전남 곡성군 곡성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추석 선물용 멜론을 납품하느라 분주했다. 포장 박스 제작부터 멜론을 담고 출하하기까지 농민들은 눈코 뜰새 없었다. 센터 앞에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비닐하우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을 들여다 보니 놀랍게도 2kg가 넘는 멜론이 땅이 아니라 기둥을 의지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곳 곡성 농가들은 1990년대부터 수박이나 참외처럼 땅에 심어서 재배하는 ‘포복재배’가 아니라 길다란 막대를 세워서 수직 재배하는 ‘지주재배’ 방법을 멜론 농사에 활용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영향으로 최근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생겼지만, 곡성은 380여 농가가 19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멜론 농사를 지어온 ‘달콤한’ 지역이다. 유통업계에선 오래 전부터 멜론 하면 곡성을 떠올렸다.
곡성에선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약 4개월 동안 당도 높고 향이 짙은 머스크 멜론을 수확한다. 머스크 멜론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젊은 층이 주로 찾는 디저트 카페에도 납품된다.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 ‘설빙’도 그 중 한 곳이다. 곡성농협은 2016년부터 설빙과 직거래를 통해 멜론을 공급하고 있다. 곡성농협이 거래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설빙이 유일하다. 극성수기 때에는 설빙에 전체 멜론 출하량의 11% 가량을 공급할 정도로 큰 거래처다.
설빙의 히트 상품인 ‘멜론 빙수’에 바로 곡성에서 공수한 국내산 멜론이 사용된다. 임동훈 곡성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은 “멜론 일일 출하량이 1만4,000개인데 성수기에는 설빙에 하루 1,600개 정도를 공급한다”며 “설빙은 멜론을 통째로 사용하기 때문에 모양 좋은 타원형을 선별해 보낸다”고 설명했다.
전국 445개 매장을 운영하는 설빙에서 멜론은 ‘효자’ 과일이다. 여름이면 멜론 빙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다. 설빙에 따르면 멜론 빙수는 2017년 142만그릇, 2018년 150만그릇이 팔려나갔다. 들어간 멜론 개수만 각각 71만개, 75만개다. 올해는 160만그릇에 멜론 80만개가 사용된 것으로 예상한다.
설빙이 곡성의 머스크 멜론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양과 당도가 좋고, 보관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껍질에 하얀 그물 무늬(네트)가 많아 매우 단단하고, 떨어뜨려도 충격이 덜하다. 하용진 곡성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팀장은 “곡성 멜론은 지주재배를 하기 때문에 땅에서 키운 것보다 껍질에 상처가 적고 모양이 예쁘다”며 “곡성이 분지여서 일교차가 20도 이상 나 당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설빙은 곡성 농가와의 상생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 작물 수요를 더 늘릴 계획이다. 윤명석 설빙 마케팅본부 팀장은 “국산 농가로부터 공급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매년 신규 산지도 추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곡성=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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