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근로자파견판단 지침 개정 검토
법원 판례 반영 판단 기준 세분화될 듯
난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정규직 직접고용 명령 촉구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들은 현대기아자동차,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엠 등이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 직접고용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연합뉴스

정부가 불법파견 단속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12년 만에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판례가 축적되고 있어 이를 반영해 판단 기준이 세분화되고, 근로감독 시 사업장 점검 요령 등이 재정비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일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 개정 작업을 하고 있으며 세부 내용과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2007년 법무부, 대검찰청과 함께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불법파견 단속의 근거로 활용해왔다. 고용부가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으나, 관련된 사건이 불기소 처분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기관 간 판단 기준이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만든 지침이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ㆍ남해화학 사내하청(2015년)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2019년)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등 제조업 직접공정 생산의 모든 라인과 서비스업 등으로 불법파견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판례가 쌓여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12년간 쌓인 판례가 지침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명분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노동계는 파견제도가 간접 고용의 무분별한 확산을 가져왔으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저임금을 고착화했다고 비판해왔다. 또 파견법(제5조1항)상 파견 대상 업무는 32개(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업무)로 한정돼 있고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포함되지 않지만, 일부 기업은 법이 허용한 업무범위나 기간(2년 내)을 벗어나 파견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았다. 현행 지침은 사내하도급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최근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유통업, 전자제품 서비스업, 대형마트 등 개별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파견관계와 민법상 계약관계인 도급(합법)을 판별하는 기준도 불명확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종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침에 대한 현장 수용성이 낮다”며 “노동위원회 판정이 법원 판결에서 뒤바뀌거나 하급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어지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파견 판단 문제로 노사 간 장기 소송전이 벌어지고, 법원 선고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도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이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법원(1심) 판결에 따라 고용부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38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박선복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노동조합 위원장 등도 도로공사가 대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에 따라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며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캐노피에서 67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전문가들은 불법파견에 따른 노사 갈등을 예방하려면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한 후 근로감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2017년 파리바게트의 불법파견은 고용부가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해 시정됐다”며 지침 개정과 현장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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