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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패싱’ 둘러싼 여야의 한입 두말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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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패싱’ 둘러싼 여야의 한입 두말 정치

입력
2019.09.04 16:32
수정
2019.09.04 16:34
0 0

 민주당ㆍ한국당, 2019년 조국ㆍ2008년 김성호 청문회에 정 반대 입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청문회조차 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오만의 극치.”

“야당이 무산시켰기 때문에 야당이 추후에 요구하는 청문회 일정에는 응할 수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패싱’ 논란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의 발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 편의 발언이다. 11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무산에 각각 민주당의 전신 통합민주당의 유은혜 전 부대변인,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나경원 전 대변인이 쏟아낸 말이다. 아무리 여야가 바뀌면 말이 바뀌고 행동이 달라진다지만 여야 정치권의 ‘한 입 두 말’ 정치는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4일 여야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인사 청문회법 도입 이후 최초의 청문회 패싱 대상이 된 김 전 국정원장의 경우 당시 여야는 지금과 공수(攻守)만 바꿔 옥신각신했다.

당신에도 증인 채택이 문제였다. 2008년 3월 7일로 예정됐던 김 전 국정원장의 청문회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전자 법무팀장)가 그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제기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통합민주당은 일정을 미뤄 김 변호사를 청문회에 불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사실 여부가 분명치 않은 사람을 증인으로 세울 수는 없다 맞섰다. 긴 공방 끝에 여야는 김 변호사의 증인 채택에 합의하고, 같은 달 18일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불출석 의사를 밝히자 한나라당에선 그의 출석 확약서 없인 청문회도 없다고 선을 그었고, 결국 청문회는 유야무야 됐다.

2008년 3월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김용철 증인출석 문제로 인사청문회가 지연되자 천정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고영권 기자
2008년 3월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가 김용철 증인출석 문제로 인사청문회가 지연되자 천정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고영권 기자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19년 9월, 여야는 조 후보자의 청문회 무산엔 과거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젠 한국당에서 ‘법대로 청문회’를 강조하면서 조 후보자의 가족을 불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제 없다’는 엄호에 열심이다. 2008년 김 전 국정원장의 청문회 당시 ‘추가 청문회는 없다’던 나경원 전 대변인은 이제 한국당 원내대표로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조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려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마음대로 (청문회) 원칙을 변경하려고 하면 민주당은 물론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고 응하지 않다가 이날 회동을 통해 6일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에 전격 합의했다.

진통 끝에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열리게 됐지만, 여야의 ‘말 바꾸기’는 의회민주주의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철학의 빈곤’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소신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여야가 바뀌면 사고의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면 유권자들이 바로 외면한다”며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정치인들의 말을 꾸준히 검증하고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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