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기업, 사회보장기금으로 이뤄진 ‘공공부문’의 지난해 흑자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수지가 악화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9년 만이다. 복지 확대에 따른 지출 증가에도 세수 호조 덕에 정부의 흑자는 되레 늘었지만,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대형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총 10조원의 적자를 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수지(총수입-총지출)는 49조3,000억원 흑자로, 전년(+54조1,000억원)보다 흑자 규모가 4조7,000억원 축소됐다.
공공부문 수지는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 수지와 공기업 수지의 합이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공공부문 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 재정적자가 대폭 늘었던 2009년 가장 악화됐다가 적자 폭을 줄이며 2014년 흑자로 전환됐고 이후 매년 흑자 폭을 키워왔다.
지난해 공공부문 총수입은 854조1,000억원으로 전년도(807조7,000억원)보다 46조4,000억원(5.7%) 늘었다. 반도체 시장 호황, 부동산 거래 증가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크게 늘어나며 조세수입이 전년 대비 32조원 이상 늘어난 영향이다.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액을 뜻하는 사회부담금 수입도 1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총지출이 1년 전보다 51조1,000억원(6.8%) 늘어 총수입 증가 폭을 앞질렀다. 총지출 증가분의 40% 이상은 공공부문 소비 증가(22조5,000억원)가 차지했는데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부문 채용 등 정부의 복지성 예산 지출 확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는 중앙정부 수지(+4조4,000억원)가 유일하게 흑자 폭을 키웠다. 총지출(349조원)이 20조4,000억원 늘었지만 국세수입 증가에 힘입어 총수입이 31조2,000억원 늘어난 덕분이다. 중앙정부 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건 2008년 이래 처음인데, 지난해 정부가 늘어난 세수 만큼 지출을 충분히 늘리지 않은 탓에 올해 경기 부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정부(+4조4,000억원)는 복지 지출이 지방세 수입보다 더 크게 늘어 흑자 폭이 2조5,000억원 줄었고, 사회보장기금(+38조3,000억원) 역시 건강보험 지출 등이 늘어나면 흑자 규모가 4조원 가까이 축소됐다.
공기업 중 금융공기업(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3곳)은 이자수입 등을 통해 소폭 흑자(+5,000억원)를 내며 수지를 개선했다. 하지만 비금융공기업(중앙 112곳, 지방 54곳)은 총수입 감소와 총지출 급증이 맞물려 10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 적자액(4,000억원)의 25배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은 지난해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 부동산 공기업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으로 전체 비금융공기업 수지 악화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744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냈고, LH도 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5% 가량 줄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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