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수시 ‘고교등급제’ 논란…집단소송 휘말렸다 결국 고대 승소
2010년 ‘세계선도인재’ 전형 외고생 과반수 합격 되풀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대학 입시 논란에 느닷없이 10년 전 고려대 수시 ‘외국어고 우대’ 논란이 소환됐다. 수시 전형으로 2010년 고려대에 진학한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한영외고 재학 시절 내신 성적 문제가 엉뚱한 곳으로 튄 셈이다. 특히 고려대가 수시 전형에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정황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던 일도 다시 회자되면서 이번 공방이 해묵은 대학입시체계 자체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조국 후보자의 거짓과 선동 대국민 고발 언론간담회’ 중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주 의원은 조씨의 영어 관련 과목 성적조차 주로 4~7등급이기에 조 후보자 딸이 영어를 잘해 단국대 의학논문 번역으로 제1저자에 등재할 정도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후보자가 딸이 하도 영어를 잘해 논문 1저자가 될 수 있었고 고려대에 입학했다고 해 생활기록부를 제보 받을 때 제보자에게 '성적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상당히 좋지 않다'고만 했었다. 하지만 어제 조 후보자의 해명을 본 제보자가 '추가 제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보해왔다. 영어를 잘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 딸이 외국어특기자가 유리한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에 수시 입학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주 의원이 받았다는 제보에 따르면 조 후보자 딸의 한영외고 3년 성적 중 영어 작문ㆍ독해 성적은 대부분 6~7등급 이하, 국어는 8~9 등급이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영어회화는 4등급을 받은 적이 두 번 있으나 이 과목조차 6등급이 두 번 이상 있었으며, 다른 과목들도 대부분 6~8등급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신 4~6등급인 외고 학생들이 얼마나 영어를 잘 하는지 아느냐, 당시 한영외고에서 평균 5등급 정도였다면 고려대 입학은 적정 수준이었다”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고려대가 수시 전형에서 외고 출신자들을 우대했다는 정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9년 3월 당시 최창의ㆍ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경기도 내 전체 고교의 고려대 응시생 4,616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한 결과 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내신 등급이 같은 경우 외고 학생의 합격률이 인문계고나 전문고 출신자들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시 1차 합격자 중 외고의 경우 70.2%의 합격률을 보인 반면 인문계고는 52.5%의 합격률을 보였다. 같은 내신 1등급의 경우 외고는 100%가 합격했지만 인문계고는 63.9%, 전문계고는 50%가 합격했다. 내신 등급 분포에서도 외고는 3~5등급이 83.5%인데 반해 인문계고는 1~2등급이 74.2%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전형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영역 90%, 비교과영역 10%를 반영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전 과목 내신이 1~2등급인 인문계고 출신자가 불합격하고, 내신 5~7등급의 외고 출신자가 합격하는 등 격차가 크게 났던 사례도 다수 발견돼 파장이 일었다. 당시 인문계고에서는 전과목 평균 1.0등급에 경기도교육감 표창장을 받은 학생, 평균 1.04등급에 교내 시상 18회ㆍ교외 시상 3회를 기재한 학생을 포함해 1.2등급 이상 중 26명이 불합격했다. 반면 외고 출신 학생 중에는 평균 7.3등급에 수상 실적이 하나도 없는 학생 등 6~7등급 응시생 중 58명이 합격했다.
이 조사가 도화선이 돼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취지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이 시기 탈락한 학생 24명의 학부모가 창원지법에 고려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2010년 9월 각 학생들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단했다.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작은 특목고의 특징을 고려, 고려대가 당시 전형에서 자체 개발한 계산 방식에 따라 내신 성적을 2단계에 걸쳐 보정한 것이 방법과 절차에서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이며 고교 수준을 가릴 목적이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2011년 7월 부산고법 재판부는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 고려대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대의 내신등급 보정은 고교별로 선택ㆍ이수한 학생 수와 시험 문제의 난이도 및 변별력 차이를 고려해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점수에 의해 원 석차등급을 보정한 것일 뿐, 고교 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각 대학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역시 2013년 2월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판결을 확정해 고려대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유사한 문제 제기는 2010년 3월 조 후보자의 딸이 수시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해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은 주요 사립대 수시 1차 합격생을 분석, 고려대 세계선도인재 전형의 경우 모집정원 200명 중 외고생 합격자가 105명이었다며 ‘외고전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 다시 고려대 입시 전형이 도마에 오르면서 조 후보자 딸 대입 과정 시비가 대입제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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