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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트럼프 압박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고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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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트럼프 압박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고민 커졌다

입력
2019.09.04 16:11
수정
2019.09.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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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할지 여부를 한 달 내 결정해야 한다.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미국 압박이 점차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에 다음 달 23일까지 개도국 지위 개선 마감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우리 관계부처들은 수차례 회의를 열고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WTO에서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4가지 기준으로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을 들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WTO 협정에서 개도국 우대(S&DT)를 규정한 조항은 155개이다. 개도국은 이를 활용해 공산품과 농산물 관세 적용에서 선진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WTO 협정 내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누려왔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WTO 내 다자간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WTO는 회원국 스스로가 판단해서 자국이 개도국임을 선언하는 ‘자기 선언’ 방식을 채택한다. 다만 대한민국은 1996년 OECD 가입 당시 향후 협상 및 협정에서 농업 외 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WTO 내 가장 큰 화두인 수산물 보조금 금지와 전자상거래 협상을 두고 중국, 인도 등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의 갈등을 촉발했다.

한국은 농업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만큼 수산물 보조금 협상에는 별문제 없이 참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속하는 유일한 나라여서 계속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협상이 사실상 없고, 개도국을 유지했을 때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맞서는 것이 바람직할지 의문이 든다”면서 “다만 아직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내 협의가 진행 중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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