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만화 ‘우리 이만 헤어져요’ 낸 최유나 변호사 
외도, 폭행, 혼외 자식…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실제 이혼 사유들이다. 최유나 변호사는 9년간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만난 사건들을 만화로 연재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여는 이 서술은 세계문학 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으로 꼽힌다. 오늘도 웹사이트에는 톱스타들의 파경 소식이 끊임없이 중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해 혼인한 부부의 절반 정도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결혼만큼이나 파경은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도 흔한 드라마다. 최근 출간된 만화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이혼 만화’다.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에 ‘메리지 레드’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해 한 달도 안 돼 16만 구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화제의 만화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저자 최유나 변호사는 “이혼과, 이혼 변호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연재 계기를 밝혔다.

“이혼 변호사는 돈 밖에 모르고 무조건 이혼 시켜버린다는 편견이 있거든요. 하지만 사실 이혼 변호사는 당사자 의사에 따라 부부상담이나 조사절차를 돕는 일도 해요. 이혼을 돕기도 하지만 막기도 하는 거죠. 실제로 지금까지 상담을 4,000~5,000건 정도 했는데 실제로 소송을 맡은 건 1,000~2,000건 정도예요. 이혼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었을 때만큼이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방황하는 커플의 이혼을 막았을 때의 보람도 커요.”

최유나 변호사는 “절대 이혼하면 안 되고, 이혼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난다면 결혼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이한호 기자

수천 건의 이혼 상담을 하다 보니 이때의 경험과 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어서 직접 그림 작가를 수소문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의 불화를 지켜본 10대들의 공감이 쇄도했다. “부모에 대한 막연한 분노와 미움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만화를 보면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면 뿌듯해요. 책을 출간한 이유도 부모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쓰지 않는데 만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서였어요. 만화에서처럼 극복해보는 건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는 거죠.”

지난해 혼인 건수가 25만건, 이혼 건수는 그 절반인 10만건에 이를 정도로 이혼은 흔한 일이 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이혼에 대한 ‘낙인 찍기’가 심한 곳이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이혼을 한 사람들은 주체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점에서 오히려 응원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사실 행복한 혼인생활을 한 사람보다 더 노력한 분들이거든요. 극한의 고통을 견뎌오다 내린 선택이니까, 어쩌면 훨씬 주체적인 인생을 산 거죠.”

최 변호사가 본인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왼쪽)과 똑 같은 포즈를 취하고 해당 장면의 문구를 합성했다. 이한호 기자

가정폭력, 육아문제, 시댁 갈등… 만화에는 각양각색 이혼 사연이 등장한다. 최근에는 결혼 1년 미만 신혼부부의 이혼과 비트코인 때문에 갈등을 겪다 이혼하는 사례가 늘었다. 여전히 이혼 사유 1위는 상대방의 외도지만,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이혼 판결보다는 당사자 의사를 반영한 조정절차의 역할이 커졌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손해배상금액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통죄 폐지는 외도가 형사적 처벌이 아닌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따질 일이라고 선을 그은 거거든요. 그런데 손해배상금액이 간통죄가 존재했을 때랑 비슷한 1,000만~2,000만원 사이에요. 평온했던 혼인관계가 상대방으로 인해 깨진 상황이니까, 이혼 후 자립은 할 수 있을만한 금액이 보상돼야 해요. 범죄가 아니라고 해서 잘못이 아닌 게 아닌데, 위자료 주고 다른 사람 만나면 되겠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서 안타깝죠.”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 덕에,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최 변호사는 “잘 싸우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조언한다. “살다 보면 안 싸울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갈등을 나에게만 닥친 불행이 아닌, 관계 속에서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란 걸 인정하면 인생의 실패가 아닌 인생의 한 단계로 여길 수 있어요. 그렇게 여기면 저마다 헤쳐나가는 방법이 보이게 된답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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