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 한반도 직접 영향권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13호 태풍 ‘링링’이 7일 오후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하는 것은 2012년 태풍 ‘카눈’ 이후 7년 만이다. 그보다 2년 전인 2010년 한반도를 강타해 17명의 인명피해를 입힌 ‘곤파스’와 비슷한 이동경로를 보이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최흥진 기상청 차장은 4일 브리핑을 통해 “태풍 링링이 7일 새벽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7일 낮에 서해 상으로 이동하면서 6~8일 한반도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링링은 4일 오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4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5㎞ 속도로 느리게 북상 중이다. 중심기압 98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29m(시속 104㎞)로 크기는 소형이며 강도는 ‘중’이다.
링링은 5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바다를 지날 때는 중형 태풍으로 발달하고 강도도 ‘강’으로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밤 제주도에 먼저 영향을 준 뒤 7일 서해를 통과한 다음 이날 밤 황해도와 경기 북부 서해안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가장 접근하는 시점은 7일 오후 6시쯤이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7일에는 중형 크기와 강도 ‘강’을 유지한 채 최대풍속 초속 35m에 달하는 강풍을 몰고 와 서쪽 지방을 강타할 전망이다.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하는 건 2012년 7월 발생한 태풍 카눈 이후 7년 만이다. 카눈은 당시 수도권을 통과하며 100㎜ 안팎의 비를 뿌렸지만 크기가 소형인 데다 강도도 ‘약’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다. 링링은 이동경로가 카눈보다 2010년 9월 초 한반도를 강타한 곤파스와 더 비슷하다. 당시 곤파스가 서해를 지나 경기 북부를 관통하면서 전국적으로 사망 6명, 부상 11명 등 1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 서쪽 60㎞ 해상을 지날 무렵 곤파스의 최대풍속은 초속 27m, 강풍반경은 180㎞였고 크기는 소형, 강도는 ‘중’이었다.
이번 태풍은 비보다 바람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링링이 지나가는 동안 서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부근에서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5~45m(시속 126~162㎞)에 이르고, 내륙과 동부지방에서도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바람의 세기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보퍼트 풍력계급에 따르면 13개 등급 중 2번째로 강한 등급인 ‘왕바람’(풍속 초속 28.5∼32.6m)이 불면 큰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건물이 쓰러진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링링이 우리나라 가까이 오면 사람이 바깥에서 서 있기 힘들 것”이라며 “바람을 맞는 면적에 비례해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약한 시설물은 사전 조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태풍에 앞서 가을장마로 인한 비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저지대 침수와 하수 범람 등 비 피해도 조심해야 한다. 기상청은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북상해 태풍과 가장 인접하는 시기인 6일 밤 제주도를 시작으로 7일 오전에는 남부 지방, 오후에는 서쪽 지방에 시간당 30㎜ 이상의 매우 강한 비와 함께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해안가 저지대 침수와 하수 범람이 우려되는 만큼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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