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참여기관 동의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가 ‘저출산-고령화사회 대비 라이프케어산업 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경북대(병원)가 참여한다고 했지만 해당 기관은 이를 전면부인했다가 뒤늦게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구시가 경북대 의사도 제대로 확인 않고 추진했다가 반발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저출산 고령화사회 대비 라이프케어산업 기반구축사업을 올해부터 4년간 국비 80억원, 시비 113억원, 민자 등 약 200억원을 들여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시행 2019년 지역산업 거점기관 지원사업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16개가 선정됐다. 사업주관기관은 대구보건대, 참여기관으로 대구테크노파크와 경북대(산학협력단), 관리기관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라고 덧붙였다.
또 사업 유치는 지난해 각 부서별로 받은 16개 제안서를 대상으로 엄격한 자체 심의를 실시, 최종적으로 2건을 신청했고 라이프케어산업 기반구축사업이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유치신청을 했고 국비사업을 유치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핵심 파트너인 경북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가 참여기관으로 언급한 경북대 산학협력단 측은 “총장이나 단장의 관인이나 직인, 서명을 해 준 사실이 없다”며 “다만 개인 자격으로 소속대학 교수 중 1명이 외부기획위원으로 연구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칠곡경북대병원이 참여한다고 해 발바꾸기 논란도 자초했다. 지난달 대구시 관계자는 “칠곡경북대병원에는 어린이병원이 있어 이 사업 추진 목적의 하나인 저출산 분야와 연관성이 높고, 참여기관으로 사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칠곡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몇몇 교수를 개별적으로 방문, 개략적인 사업내용을 설명한 사실은 있지만 병원 차원의 논의나 결정은 없었다”며 “전임 원장과 협의했다는 부분도 덕담 차원이었으며, 뒤늦게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 경북대 교수는 “듣기론 국비만 80억원, 지방비까지 2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다고 한다. 경제난 속에 어떻게 보면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어떻게 참여기관도 정해지지 않은 어설픈 계획서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지도 확보하지 않은 채 밀어붙여 칠곡경북대병원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시는 부지난을 겪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이 장래 확장에 필수적인 핵심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측은 현재 협소한 부지로 인해 주차와 공간 부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재 630여병상에 주차면은 1,200대(임시주차장 포함)이지만 직원 및 내원객 차량으로 인근 아파트단지까지 불법주차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내년 초 700병상 규모의 임상실습병동이 개원하지만 추가 주차장은 750대 정도에 불과하다. 병상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지만 주차장은 그 절반 정도만 늘어나는 셈이다.
또 의료진 규모에 비해 연구공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부 정교수를 제외한 부교수 이하 대부분은 2인 1실, 경우에 따라선 독서실처럼 하나의 연구실을 19명이 사용하기도 한다. 새 병동 준공과 함께 교원과 임상의사 등 의사만 240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지만 늘어날 연구실은 110개정도밖에 안 된다. 연구실대란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칠곡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부지 사용권을 가진 병원 측에 물어보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가 ‘국립대병원이 어렵게 딴 국비사업에 대해 발목잡기를 한다’는 식으로 여론몰이 하는 등 뒤늦게 온갖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에 널린 게 부진데 대구를 위한다면서 왜 부지난으로 애를 먹는 칠곡경북대병원만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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