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서울 SK 가드 정재홍의 예고 없는 이별에 농구계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SK 구단은 3일 늦은 밤 “정재홍이 오후 10시40분께 심정지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최근 연습경기 도중 손목을 다친 정재홍은 이날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4일 수술을 앞두고 있었지만 3일 저녁 식사 후 갑자기 심정지가 왔다. 회진을 돌던 간호사가 의식 불명 상태인 정재홍을 발견한 뒤 병원에서 3시간가량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5일 부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약물 투여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손목 수술을 받으러 간 동료의 황망한 사망 소식을 듣고 SK 선수단은 충격에 빠졌다. 구단 관계자는 “충격이 커 4일 예정된 오전 훈련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후배는 3일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손목 수술 받는다고 병문안 언제 올 거냐는 얘기를 나눴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천 송도중-송도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오리온-전자랜드-SK 유니폼을 입은 정재홍은 농구 실력으로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프로 마인드를 가진 선수였다. 자나 깨나 농구만 생각하는 ‘바보’였고,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인싸’였다.
2015년 6월 휴가 기간 미국에서 사비 2,500만원을 들여 2주간 스킬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드리블과 스텝 등 개인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직전 시즌 연봉(9,000만원)에서 약 3분의1에 달하는 금액을 과감히 투자했다. 당시 정재홍의 소속팀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프로 선수라도 꾸준히 발전을 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시즌 중 취미는 자신이 뛴 경기 영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꼬박 챙겨보며 동기부여를 했다.
밝고 씩씩한 성격에 팬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함께 농구를 할 팬들을 모집하고, 1년에 한번씩 스킬 트레이닝을 무료로 진행했다. 생전 정재홍은 “대단한 선수가 아니지만 팬들과 소통하고 농구를 하는 게 즐겁다”며 “시즌이 시작되면 구단의 허락을 받아 우리 팀 선수들 훈련 영상이나 일상 생활 영상을 팬들과 공유할 생각도 있다”고 할 만큼 끊임 없이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이런 정재홍의 참 모습을 잘 알기에 SNS에는 농구 팬들의 추모 글이 잇따르고 있다. SK 구단도 “농구에 열정이 가득했고, 팬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고 했고, 한국농구연맹(KBL) 또한 “당신이 가진 농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따뜻했던 미소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중국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정재홍을 기리기 위해 유니폼에 검정 테이프를 부착하고 4일 나이지리아전에 출격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6일 오전 6시10분이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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