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수출규제 전말 보도… 아베 “한국과 시간 걸릴 수밖에”
일본이 한국에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한 ‘경고’로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고 ‘출구 전략’도 모색하는 등 당초 신중한 접근을 시도했으나, 예상과 달리 한국의 반발이 거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당혹스러워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수출규제 조치 2달을 맞아 그동안 한일 간에 벌어진 상황을 정리한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아베 총리가 주변에 ‘한국과의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양국 갈등의 장기화를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6월 관계부처 간부들에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출구를 찾으면서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국에 ‘대항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외무성 간부는 수출규제 조치를 “한국을 움직이기 위한 알람(경고)이었다”고 설명했다.
후루야 가즈유키(古谷一之) 관방부(副)장관보는 올해 초부터 각 부처 간부들과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대항 조치 논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 속에 경제산업성이 반도체를 겨냥한 방안을 제안했다. “갑자기 반도체는 좋지 않다”는 신중론에도 한 경제 각료는 “부딪치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에 전달되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에게 진언했다는 것. 아베 총리의 소신을 드러내면서도 출구전략과 함께 대항책을 만들라는 지시가 결국 강력한 수출규제의 결과로 나타난 과정이다.
아베 총리와 후루야 관방부장관보 등은 끝내 6월 20일 “한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6월 말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한국에 대한 경고를 발표하기로 확인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인바운드(일본 방문 외국인)와 경제에 악영향이 없는 범위에서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다. 한국이 ‘1+1안(한일 기업이 출연금 조성)’을 제안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한국이 100% 출자해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기업에 자발적인 기부를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청와대가 거절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타개책에 대해 외교부는 관심을 보인 적이 있으나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이어가며 강경히 맞서면서, 아베 정부는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강제동원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을 굳히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에서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마이니치는 한국의 강경 대응 배경에 대해 “안보 인식이 희박한 통상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통상전문가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여당과의 파이프 역할을 하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강경론자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편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이날 미 블룸버그통신 기고문 ‘한일 간의 진정한 문제는 신뢰’에서 “한일 간 문제의 핵심은 1965년 국교 정상화 결정 당시 맺은 약속이 지켜질지 여부”라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놓고 대법원 판결의 보복 조치라고 하는 지적에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고 기존 일본 정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협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한국은 이를 시정하려는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며 “국제적 합의가 한 나라의 국내 사정으로 무너질 수 있다면 안정적인 국제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이 예정한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에 대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