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8년 지지부진 레고랜드, 예고된 참사”
강원도ㆍ민주당, 손배소 등 해결 위해 동분서주
“오색 케이블카 설악권 넘어 동해안 민심 영향”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강원지역 정가가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업 성과에 따라 선거판을 흔들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어서다.
레고랜드는 도유지인 중도를 영국 멀린사에 최대 100년간 무상으로 빌려줘 테마파크와 호텔, 콘도 등 짓는 사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지사가 보궐선거로 강원도에 입성한 2011년 시작했다.
그러나 불평등 계약 논란과 문화재 발굴, 내부비리 등에 발목 잡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시공사 변경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놓고 내부 항명사태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춘천지역 시민단체는 최 지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강원도와 민주당 가장 아픈 지점인 셈이다. 한국당이 “레고랜드는 최문순 도정의 총체적 실패이자 예고된 참사”라며 공세를 퍼붓는 이유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적폐정산에 밀려 레고랜드 문제가 이슈화되지 못했던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조성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최문순 도정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내년 총선으로 불똥이 튈 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최 지사는 물론 민주당 강원도당 간부, 내년 총선출마가 예상되는 정만호 경제부지사까지 레고랜드 시공사 변경 등 문제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 부지사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을 자청해 강원중도개발공사와 춘천 레고랜드 시공사였던 STX건설과 계약해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 따르면 기존 시공사였던 STX건설이 주변부지 기반공사를 맡고 현대건설이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골조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강원도는 시공사 손배소 문제가 해결돼 가장 큰 걸림돌을 해결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특혜시비를 지적하며 혈세 낭비 사업인 레고랜드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레고랜드 행정조사권 발동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맞서는 등 총선을 앞두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4년을 끌어온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도 선거판을 달굴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27일 양양군 주민들은 상경집회를 갖고 정부를 향해 사업승인을 촉구했다. 집회에 나선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케이블카를 적폐로 보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준화 친환경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만약 석연치 않은 이유로 또 좌초한다면 등산로 강제 폐쇄 등 정부는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회에 앞서 강원도 지휘부는 지난달 26일 국회를 찾아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겠다”며 정치권이 정부와 환경단체 설득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안 사업을 풀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지역정가에선 여야 모두 설악권 경제활성화와 사회적 약자의 문화향유권을 들어 오색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지난달 24일 하루빨리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현역 의원은 물론 단체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구나 20년 숙원사업이 무산되면 설악권은 물론 동해안권 전체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법과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안에 정치가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오색 케이블카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밖에 휴전선과 맞닿은 강원지역 특성상 안보문제도 무시 못할 이슈다. 민주당은 남북관계가 지난 정부 때보다 호전돼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한국당은 삼척항 입항귀순 등으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다며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여기에 국방부가 추진하는 육군 사단 재배치도 강원 접경지 민심을 좌우할 현안이란 분석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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