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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 조국 “블라인드 펀드” 강조… 업계 “투자처 설명 안 했다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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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 조국 “블라인드 펀드” 강조… 업계 “투자처 설명 안 했다면 불법”

입력
2019.09.04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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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법률상 6개월에 1회 투자자에 설명 의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3일 새벽까지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가족이 공동 투자한 사모펀드에 대해 시종일관 ‘블라인드 펀드’라고 강조했다. “어디에 투자하는지 모르도록 설계돼 있고 실제 알려주지 않았다”며 펀드 운용보고서까지 공개하며 자산 운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법학자 출신이라 펀드에 대해 그 동안 잘 알지 못하다가 이번에 비로서 펀드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조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의혹의 쟁점은 사모펀드 운용업체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웰스씨앤티’라는 기업에 투자한 사실을 조 후보자가 알았는지 여부다. 야당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코일크PE의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의 투자처를 몰랐으리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본 사모펀드는 방침상 투자 대상에 대해 알려드릴 수 없음’이라는 펀드 운용보고서 내용까지 공개하며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려주면 불법”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업계에선 조 후보자의 사실상 가족펀드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서 블라인드 펀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블라인드 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서 투자할 기업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를 잠시 ‘지칭’할 때 사용할 뿐, 투자 기업이 정해지면 투자 기업을 투자자에게 알리며 출자 약정 이행을 요구(캐피탈콜)해 ‘블라인드’ 상태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운용역은 “캐피탈콜 이후에는 어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도 블라인드 펀드일 수 없다”며 “조 후보자는 웰스씨앤티가 ‘관급공사’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블라인드 펀드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한 기업의 재무제표 등 운영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을 6개월에 1회 이상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해당 설명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사모펀드 전문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서 해당 조항은 투자자의 돈을 깜깜이로 운용되는 ‘대리인 문제’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명시된 것”이라며 “결국 조 후보자 가족은 자본시장법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도 이행하지 않도록 설계된 ‘불법 사모펀드’에 돈을 밀어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후보자의 진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투자자에게 투자 회사를 ‘의무적으로’ 알리고 알린 행위를 기록으로 남겨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펀드라는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펀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조 후보자 말이 사실이라면 조 후보자 가족은 자본시장법을 어기고 운용한 ‘불법 사모펀드’에 투자한 셈이 된다. 결론적으로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는 조 후보자의 말은 사실이 아니고 ‘펀드 문외한’이라는 진술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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