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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 있다면 행정장관 사퇴 원해” 속내 보인 캐리 람, 논란 일자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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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 있다면 행정장관 사퇴 원해” 속내 보인 캐리 람, 논란 일자 번복

입력
2019.09.03 17:05
수정
2019.09.03 21:3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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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사퇴를 언급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 직후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사퇴를 언급했다는 로이터 통신 보도 직후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 반대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할 수 있다면 행정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녹음 기록과 함께 보도했다. 그간 수차례 제기된 ‘중국 정부가 람 장관의 퇴진을 막고 있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으로, 파문이 커지자 람 장관은 “사퇴할 뜻이 없다”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14주차로 접어든 홍콩 시위는 체포 인원이 1,100명을 넘어서면서 높아지는 폭력 수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람 장관이 지난주 홍콩 기업인들과 만난 24분 분량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그가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할 일은 깊은 사죄와 함께 사퇴하는 일”이라 영어로 말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녹취록에서 “홍콩을 집어삼킨 용서받을 수 없는 혼란(unforgivable havoc)을 일으킨 책임이 나에게 있다”라며 송환법 개정을 밀어붙인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10월 1일 국경절에 앞서 시위에 무력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람 장관은 “중국 당국은 홍콩 사태를 끝내기 위한 마감 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홍콩 시위 무력 진압 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함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또 중국 정부가 그의 사퇴를 막고 있다는 앞선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송환법 개정 추진은) 홍콩 제도의 법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지시하거나 강제한 것이 아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송환법을 폐지해야 정국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는 람 장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람 장관은 이 같은 비공개 회의 녹취록 관련 보도 직후인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홍콩을 돕기 위해 지난 3개월 간 나와 홍콩 행정부가 자리를 지켜야 함을 끊임없이 되새겨 왔다”며 “그래서 자리를 떠나는 더 쉬운 선택권을 나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사퇴는 나 자신의 선택이며 중국 정부와 이를 의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람 장관은 폭력 시위대를 강력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일 기준 홍콩 시위로 체포된 인원은 1,117명에 이르렀다. 8월 16일 이후에만 3분의 1인 370여명이 체포됐다. 노동계 총파업과 학교 동맹휴교 이틀째인 3일에는 홍콩침례대 팡중셴 학생회장, 이반 램 데모시스토당 주석 등도 체포됐다.

중국 당국도 폭력 시위 비난에 가세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 양광(楊光)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사회 각계에는 폭도 진압과 질서 회복이 광범위한 공동 인식으로 자리했다"고 주장하면서 “홍콩 주민들이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 폭력행위를 제압하고, 반폭력, 법치 수호 등 홍콩의 최대 민의를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쉬루잉 대변인은 중국군과 무장경찰이 긴급 상황 발생 시 홍콩에 투입될 수 있냐는 질문에 “홍콩의 안보 주권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홍콩 정부는 중앙정부에 재해나 사회 안정을 위해서 주둔군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답해 중국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이 홍콩 인근 지역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2일 왕 부주석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인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포산(佛山) 등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SCMP는 “왕 부주석이 광둥성 방문 동안 홍콩 상황에 대해 관료들과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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