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강타한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 남동부 해안 지대로 북상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역 주민 100만명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한때 최대 풍속이 시속 297㎞에 달해 5등급 ‘괴물 허리케인’으로 불린 도리안은 현재 3등급으로 세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강력한 폭풍과 폭우를 동반한 채 미 동부 해안선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보여,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3일 오전 6시(한국 시간 3일 오후 7시) 도리안은 아직 바하마 상공에 머물고 있으나, 서서히 북진할 전망이다. 이에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미 플로리다주(州)와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는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 CNNㆍCBS 방송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동부 해안 지대의 11개 카운티에는 앞서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이며, 2일 정오에는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도 주민 약 100만여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같은 날 데이토나비치 국제공항 등 플로리다 내 공항 3곳이 운영을 중단했으며, 항공기 추적 인터넷 사이트 ‘플라이트 어웨어’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 1,300편 이상이 취소됐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도리안의 중심부가 직접 미 내륙을 강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빈 매컬리넌 미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1일 “폭풍이 본토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강풍과 파괴적인 해일ㆍ폭우가 여전히 막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이동 속도가 시속 1.6㎞ 정도에 불과해, 영향권 내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피해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등급 허리케인이었던 도리안은 2일 오후 11시 4등급으로 떨어진 데 이어, 3일 새벽 다시 한 단계 낮아진 3등급 허리케인으로 약화됐다. 풍속도 시속 20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NHC는 도리안이 2~4일 플로리다주 동부 해안으로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근접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도리안은 이어 4일 밤부터 5일 사이 조지아ㆍ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지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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