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기업대출을 내주면서 해당 기업 직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태료 2,4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기업 채무가 법적 책임 없는 구성원에게 전가되는 일을 막기 위해 현행법상 기업에 지분이 없는 임직원은 연대보증을 설 수 없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전남에 있는 농협은행 A지부의 부지부장 B씨는 지난해 영농조합법인인 C조합의 대출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C조합 대표이사인 D씨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앞서 C조합은 재작년 농협으로부터 4,000만원의 기업대출을 받은 뒤 지난해 만기가 도래하자 1년 추가 연장을 신청했고, 여신업무를 총괄하며 지점장 역할을 해 온 B씨는 C조합에 “D씨도 근보증 약정을 맺어달라”는 조건을 요구했다.
하지만 D씨는 명목상 대표이사였을 뿐 C조합과의 지분 관계나 임원으로서 법적 권한이 없는 일반 직원에 불과했다. 현행 은행법과 은행업감독규정은 금융사가 기업 대출을 해주면서 해당 기업의 지분이 없는 일반 직원(고용임원 포함)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경영이 악화하거나 파산하는 등 이유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대채무를 진 직원이 고스란히 빚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대보증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상 책임이 있는 사장이나 임원만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관련 체크리스트 확인 등 절차가 미흡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일 농협은행에 과태료 2,400만원을 부과하고 B씨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규정에도 주주명부 확인을 통해 고용임원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당사자를 포함해 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협은행은 2013년에도 금감원으로부터 과거에 부당한 연대보증을 요구한 사실 등 이유로 2,500만원의 과태료와 기관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정부는 2008년 은행권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금융권의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있다. 2013년 제2금융권 연대보증이 폐지됐고, 올해부터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자로 확대됐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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