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1.0%로 수정했다. 앞서 발표한 속보치(1.1%)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로, 하반기에도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은이 전망하는 연간 2.2%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급기야 물가마저 지난달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다음달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0% 성장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다. 속보치 추계 때 이용하지 못했던 6월 실적치 자료가 반영된 결과로, 설비투자 성장률은 속보치 대비 0.8%포인트(2.4→3.2%) 높아진 반면, 정부소비(2.5→2.2%)와 수출(2.3→2.0%)은 각각 0.3%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당초 추정한 것보다 작았던 것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대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0%) 이래 5개 분기 만으로 준수한 실적이지만, 올해 2분기의 경우 비교 대상인 지난 1분기 성장률(-0.4%)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전년동기와 비교한 2분기 성장률은 2.0%로, 지난 1분기(1.7%)를 제외하면 2015년 2분기(2.0%)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성장률 반등은 전적으로 공격적 재정지출 덕분이다. 정부와 민간의 2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1.2%와 -0.2%로, 민간 부문의 역성장을 재정이 메운 형국이다.
상반기 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이 1.9%로 부진했던 만큼, 연 2.2% 성장을 달성하려면 한은이 전망한 대로 하반기에 2.4% 성장해야 한다. 3, 4분기에 각각 전기 대비 0.9~1.0%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 GDP의 42%(2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수출이 7월(전년동기 대비 -11.0%)과 8월(-13.6%)에도 감소 행진을 이어가며 당장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치(2.0% 증가)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은이 지난 7월 경제전망 당시 성장을 저해할 위험요인(하방리스크)로 꼽았던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의 수출 규제 장기화도 이미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한은이 정부 편성안을 기준으로 전망에 반영한 추가경정예산도 정부안(6조6,938억원)보다 13%가량 줄어든 5조8,269억원으로 뒤늦게 확정됐다. 모두 올해 실제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거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은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지표인 잠재성장률(2.5~2.6%)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재차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구나 통화정책의 또 다른 주요 지표인 물가상승률마저 저조하다. 한은의 물가관리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물가지수상으론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모든 물가요인을 포괄하는 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 또한 3개 분기 연속 하락하며 지난 2분기엔 2006년 1분기(-0.7%) 이래 가장 낮은 -0.7%를 기록했다.
저성장-저물가가 겹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차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가 있는 다음달 금리를 내릴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금통위에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조동철ㆍ신인철 위원이 경제주체들의 물가 하락 기대심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적극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찍부터 제기된 상황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려워진 점, 지난달 금통위에서 2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를 주장한 점 등을 감안하면 오는 10월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