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지난주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구(港區) 주일 한국대사관에 총탄 1개와 협박문이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아사히(朝日) 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우편물은 지난달 27일 대사관에 도착했으며 이수훈 전 주일대사가 수취인으로 적시되어 있을 뿐, 보낸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우편물에는 총탄 1개와 편지지 1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권총 몇 자루를 갖고 있으며 한국인을 노리고 있다”, “한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이 우편물을 확인하고 곧바로 일본 경찰에 신고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인을 협박하려는 목적으로 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인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라며 “최근 한일관계 악화와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1일에도 주일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우편함을 파손한 혐의로 일본 우익단체 간부가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그간 일본 내 우익세력이 주일 한국 공관 등에 항의문이나 오물을 넣은 상자를 보낸 적은 있지만 총탄을 보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게 대사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사관 주변 경비와 직원들의 신변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이 발간하는 ‘주간 포스트’는 2일 최신호에 ‘한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제목의 혐한 발언을 쏟아낸 특집기사를 실었다가 도마에 올랐다. 잡지에는 ‘혐한이 아니라 단한(斷韓ㆍ한국과의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이다’, ‘귀찮은 이웃에게 안녕을’,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한국이라는 병’ 등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 담겼다.
이에 대해 후카자와 우시오(深澤潮) 작가는 트위터에 “차별선동을 간과할 수 없다”라며 해당 잡지에 에세이 연재 중단을 선언했고, 재일동포 유미리 작가는 “인종차별과 증오를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라고 비판했다. 작가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주간 포스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해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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