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조기 총선’이 열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에서도 조기 총선 카드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개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날 파운드-달러 환율은 1% 넘게 떨어졌다.
이날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하원의원들이 이번 주 의회에서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에 성공할 경우, 존슨 총리가 의회를 해산한 뒤 조기 총선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빠르면 오는 4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영국 하원은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3일부터 다시 열리는데, 제1야당인 노동당과 보수당 내 일부 의원 등은 정부의 노 딜 브렉시트 강행을 막고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 딜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존슨 총리가 정부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아예 새 판을 짤 수 있는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중지 더 선은 의회가 정부의 ‘노 딜’ 강행을 막는 데 성공할 경우, 존슨 총리가 5주 내에 조기 총선을 개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총리가 10월 31일 브렉시트를 우선 단행한 뒤 11월 초에 총선을 여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베팅업체인 레드브룩스는 10월 총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으며, 연내 총선이 열릴 확률을 75%로 책정했다.
한편 조기 총선 개최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이날 파운드-달러 확률은 1% 넘게 급락한 1.2050달러를 기록했고, 파운드-유로 환율도 1.10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총리실 대변인이 “총리가 여러 차례 조기 총선 개최에 대해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항상 총선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해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도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관측에 대해 “나도, 여러분도 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각료회의를 소집한 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존슨 총리는 이 같이 밝히면서 “브렉시트 협상팀이 ‘다모 클레스의 칼’(신변에 닥칠지 모를 위험) 없이, 선거 없이 그들의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상황에서도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10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의회는 합의안에 대해 세심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 정상회의는 다음 달 17일에 열린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10월 31일까지 완수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짧은 성명을 마쳤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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