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국방부 행사에 역대 최고위급 보내기로
韓외교부 “미군기지 반환, 정치적 의미 없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뒤 신경전으로 촉발된 불화설을 한미 양국이 함께 진화하고 나섰다. 미국이 한국 국방부 행사에 역대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기로 최근 결정하고 한국 정부는 지난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미군기지 조기 반환 추진 결정에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해명하면서다.
2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이 4~6일 국방부가 개최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다자안보회의 ‘서울안보대화’(SDD)에 미측 대표로 참석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행사 둘째 날인 5일 SDD 개막식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만찬 자리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최근 국방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매년 이 행사에 국방부 차관보나 주한미군 부사령관처럼 무게감 있는 안보 당국자를 대표로 보내왔다. 지난해에는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ㆍ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달 29일 국방부의 행사 보도자료 배포 시점까지 미측 대표의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둘러싼 양국 간 냉기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장관급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SDD 미측 대표 중 최고위급이다. 지금껏 미측은 주한미군 부사령관(중장)이나 차관보급을 행사에 파견해왔다. 올해 8회째인 행사는 아ㆍ태 지역 다자 안보 협력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2012년 출범한 차관급 다자안보협의체다. 미측이 행사 개막 목전에 에이브럼스 사령관 참석을 전격 통보한 데에는 한미동맹 균열설을 불식해보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외교가 일각에서 나온다.
공교롭게 같은 날 외교부도 지난달 30일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 26곳의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에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기지 조기 반환 결정을 한일 지소미아 종료 등 외교ㆍ안보 이슈와 연계해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장기간 반환 지연으로 발생한 사회ㆍ경제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다양한 협상 방안 모색 필요성이 제기된 게 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만류에도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한 데 이어 미군기지 조기 반환까지 촉구하면서 우리가 잇달아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이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차단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군기지 조기 반환 계획과 관련해 “‘미국을 전방위 압박하기 위해서다,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하는 건 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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