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동물의 왕국’ 내레이션으로 유명한 원로 성우 이완호씨가 2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한국성우협회는 고인이 최근까지 암 투병을 해 왔다고 전했다.
고인은 1963년 동아방송(DBS) 성우극회 1기로 입사했고,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에는 KBS 성우극회 6기로 활동했다. 천의 목소리로 50여년간 해외 영화와 애니메이션 더빙, 교양프로그램 내레이션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 특히 ‘동물의 왕국’ 해설은 누구나 단박에 목소리를 떠올릴 정도로 친숙하다. “(동물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은 고인의 전매특허로 기억된다.
해외 영화 더빙에서는 완고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양들이 침묵’의 한니발 렉터와 ‘가을의 전설’의 삼형제 아버지 윌리엄 러들로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 ‘어 퓨 굿맨’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컬슨,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 ‘용서받지 못한 자’ ‘디파티드’의 진 해크먼 등의 목소리 연기를 전담하기도 했다. ‘아마데우스’ 더빙 버전의 살리에리 역도 고인의 목소리다.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KBS 애니메이션 ‘지구용사 선가드’ 더빙에도 참여했다.
성우 활동과 동시에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하며 연극 ‘도마시의 결혼’ 등을 무대에 올렸다.
고인은 1970년대 동아일보 광고탄압사건 당시 동아방송 해직자들이 참여한 동아자유언론실천투쟁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방송 제작을 거부하고 빈대떡 장사를 한 일화로도 알려져 있다.
유족으로는 딸인 영화감독 이경미씨 등이 있다. 빈소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01호. 발인 4일 오전 9시. 장지 경기 성남시 하늘숲추모원.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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