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대신 연 기자회견 ‘민심’ 돌릴까
임명 강행 뒤 ‘검찰 수사 결과’도 뇌관
“왜 꼭 조국인가”부터 국민 납득시켜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무산 직후 자청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내내 고개를 숙였다. 딸의 논문과 장학금 의혹, 사모펀드 투자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소상히 해명하면서도 “비난을 달게 받겠다” “깊이 반성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요약하자면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을 잘 몰랐고 관여한 바도 없으나 주변에 엄격하지 못해 젊은 세대에 실망과 상처를 안겼다는 것이다. 해명을 듣고 보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의혹을 추궁하는 청문회가 아니라는 한계는 뚜렷이 드러냈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 반응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여부다.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밟아 조 후보자를 임명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진행되는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정략적인 흠집내기로 변질돼 있다고 여기고 있다. 출국 전 “청문회가 정쟁화되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고 한 말에서도 이런 시각이 묻어난다. 실제 그런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과거 자신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허물을 왜곡, 과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자녀도 대입 전형 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정치 공세에 치우치다 판을 지나치게 키운 것도 한국당의 실책이다.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될 것을 ‘진영 대결’로 몰고 가는 바람에 오히려 진보층을 결집시켰다. 청와대가 임명 강행 의지를 다지는 것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임명 이후의 파장이다. 청와대는 당장은 시끄럽지만 조 후보자가 장관이 돼 검찰개혁 등 정책에서 성과를 내면 머잖아 잡음이 가라앉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청문회에서 고생했던 장관들이 나중에 일도 잘하더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다. 두 가지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는 ‘민심’이다. 조 후보자 의혹은, 청문회에서 낙마 위기를 딛고 지금은 일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유은혜, 김현미 장관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정성’과 ‘정의’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는데 그 당사자가 ‘진보의 상징’인 조 후보자라는 점에서다. 임명 전의 지지층 결집 현상을 임명 강행 후의 여론과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저울추가 기울면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중도층의 이반뿐 아니라 진보층 내부의 균열 가능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는 검찰 수사라는 변수다. 만약 수사에서 불법적인 사항이 나오면 조국은 장관에서 즉시 하차해야 한다. 그 후폭풍은 정권이 버텨내기 힘들 만큼 엄청날 것이다. 불법이나 위법 정도가 작더라도 법무부 장관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보면 위험 부담은 너무도 크다. 설혹 무혐의가 나왔다 해도 파장은 별반 다르지 않다. “권력의 주구”라는 야당 비판과 “생사람을 잡은 검찰”이라는 여권의 비난으로 ‘윤석열 검찰’은 거의 기능 정지 상황에 내몰릴지 모른다. 이런 마당에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 태연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청와대와 여당의 최대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문재인 정부는 ‘식물 정권’으로 전락하고 차기 대선도 기약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서 ‘조국 사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과 PK다. 총선까지 경제와 대북 정책에서 호재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국 리스크’는 악재 중의 악재다.

문 대통령에게는 검찰 개혁 실패의 트라우마가 깊이 박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소명 의식을 갖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왜 꼭 조국이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충분한 답이 되지는 않는다. 청와대는 최악의 가능성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의 선택에 달렸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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