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투자로 유명세를 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자산 400조원 시대를 맞을 만큼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의 메카 미국에서는 오히려 PEF의 ‘약탈적인’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월가 약탈금지법’이라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강경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워런 의원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과도한 부채를 지게 만들거나 자산을 강제 매각시켜 단기 수익 회수에 몰두하는 모습을 두고 “합법적인 약탈을 반복해 온 흡혈귀”로 규정했다.
워런 의원은 법안에서 △피인수기업의 부채ㆍ퇴직연금에 펀드가 ‘무한책임’을 지고 △인수 후 초기 2년간은 과도한 배당을 금지하며 △파산 시 노동자 임금 우선 지급 등 보호장치를 설정할 것 등을 제안했다. 경영에 참여하는 사모펀드가 단기 이익 창출보다 장기 기업가치 향상에 힘쓸 것을 법으로 강제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사모펀드식 경영의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사모펀드 소유 기업 고용 근로자는 1,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모펀드는 주로 차입매수(일명 레버리지 바이아웃ㆍ인수 대상의 자산과 수익을 담보로 맡기고 매수하는 것)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으로 매력을 높인 후 시장에 되파는 형태로 투자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부실화를 피할 수 없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미국의 주요 고용 주체인 대형 유통사들이 잇달아 도산한 것도 결국 사모펀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0년대 들어 사모펀드가 대형 유통사를 잇달아 인수했는데, 이후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사와의 경쟁에 직면한 유통사들이 사모펀드에 인수될 때 진 채무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7년 장난감 유통 체인 ‘토이저러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내자, 시민단체 ‘유나이티드 포 리스펙트’는 토이저러스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KKR 등에 책임이 있다는 운동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퇴직자 3만3,000명을 위한 퇴직금 기금을 마련하게 했다.
워런 의원의 법안에 시장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사모펀드를 위한 이익단체 미국투자위원회(AIC)는 “사모펀드는 미국의 성장과 혁신 동력이 돼 왔으며, 극단적 정책은 노동자와 투자자, 경제 전반을 훼손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월가 일각에서조차 ‘무한책임’ 같은 극단적 내용을 빼면 법안을 수용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워런의 법안은 사모펀드 산업이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도록 하는 합리적 법안”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국내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 회색 지대에 놓여있던 PEF에 대한 과세나 규제 등에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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