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비용이 최소 2조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M&A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를 갖는 동시에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계열사로 가질 수 있는 대형 인수전이다.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FI)로 새롭게 나타났지만, SK, 한화 등 대기업들의 인수전 참여가 불투명해 ‘흥행 참패’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과 금호산업은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금호산업은 이번 주 중으로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추리고 약 한 달간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연말까지 우선인수협상 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5%)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자가 모두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일 종가 기준 현재 구주 평가액은 약 3,874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채권단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 등을 포함하면 총 인수가액은 ‘2조원+알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초대형 매물이 나왔음에도 인수전은 썰렁한 분위기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애경그룹, 강성부펀드(KCGI), 미래에셋대우 등 세 곳뿐이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 군으로 꼽혔던 SK, 롯데, 한화, CJ 등 대기업들은 인수전 참여를 부인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현대산업개발 또는 GS를 전략적투자자(SI) 파트너로 삼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KCGI에 대해서는 채권단이나 KDB산업은행 측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항공사가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기업이 인수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FI는 SI와 함께 인수해야 하는데, KCGI의 경우 아직까지 컨소시엄 구성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자산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기업이 인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2조원에 달하는 인수 비용을 흥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당시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자회사의 일괄매각(통매각)을 조건으로 제시했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항공산업의 안정적인 진출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인수가액을 높여 입찰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항공산업의 불황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연결기준 1,2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2,02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게다가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 여행객 감소 등으로 하반기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기준 총 부채가 9조6,000억원이나 되고, 현금성 자산은 3,550억원에 불과한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장기 불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부정적인 요소”라며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는 통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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