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골퍼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양주시 어반레인지에서 음식료와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다. 양주=홍인기 기자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소재 인도어 골프연습장 어반레인지 내 야외 스크린 골프장 ‘로열박스’엔 청춘남녀 4명이 한 방에 모여 게임처럼 골프를 즐겼다. 이 로열박스는 인도어 골프연습장에 스크린골프 장비를 설치해 탁 트인 레인지로 공을 날리되, 스크린골프처럼 스코어를 매기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오롯이 지인들과 독립된 공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로열박스엔 호텔 출신 셰프가 차려낸 각종 음식들과 음료가 놓였고, 골퍼들은 파티를 즐기듯 골프를 즐겼다. 모임을 주선한 이상욱(37)씨는 “인도어 연습장에서 골프연습을 겸한 친목 모임을 가질 수 있는데다, 공간 디자인도 세련돼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스크린골프장과 비슷한 가격에 연습을 겸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다, 식사도 겸할 수 있어 2030세대 골퍼들에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중장년층만의 취미로 인식되던 골프가 점차 2030 세대로 확장되면서 보다 저렴하면서도 트렌디한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접대용 스포츠’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즐거움과 유쾌함을 중요시하는 2030 세대들에게 골프는 하나의 놀이이자 여가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이씨 일행이 모인 어반레인지는 지난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 대회장인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만든 연습시설인데, 연습장 기능에 휴식과 파티, 모임, 미식 기능까지 갖췄다. 어반레인지 관계자는 “2030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골프연습장이 훈련공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최첨단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흔히 ’닭장’으로 불리는 인도어 골프연습장의 화려한 변신인 셈이다.

2030 골퍼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양주시 어반레인지에서 스크린골프와 음식료를 즐기고 있다. 양주=홍인기 기자
 ◇친목 모임? “술집보다 닭장ㆍ스크린” 

이날 모인 4명은 이씨 부부와 그들의 지인으로 구성된 조합. 시간대별로 차이가 있으나 1인당 2만원 안팎(18홀 기준)의 금액만 내면 4~5시간동안 독립된 공간에서 연습과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스크린골프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공의 궤적을 끝까지 볼 수 있어 샷 감각을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4인기준 10만원 안팎의 금액을 지불하면 치킨과 롤, 과일, 치즈, 견과류 등이 갖춰진 요리를 추가할 수 있다. 이씨 아내 최유리(32)씨는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지인들과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데다 실제 연습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타석과 대기석 사이에 접이식 문이 설치돼 있고, 냉ㆍ난방 시설까지 갖춰져 여름이나 겨울에도 연습을 겸한 게임이 가능한 공간”이라고 했다. 네 명이 술자리를 갖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데다 친목 도모에도 도움된다는 게 이날 모인 이들의 공통의견이다.

12030 골퍼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양주시 어반레인지에서 스크린골프와 음식료를 즐기고 있다. 양주=홍인기 기자

연습장을 벗어나 필드로 나서는 길도 한층 자유롭고 편해졌다. 어반레인지를 운영하는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최근 저녁 시간대 캐디 없이 9개홀에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선셋 9홀’ 운영을 시작했다. 반드시 4명이 모이지 않더라도 2인 또는 3인플레이가 가능한 데다 다음 팀과의 간격이 커 초보 골퍼들이 보다 운치 있는 환경에서 마음 편히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1인당 10만원 안팎의 그린피(카트비 별도)가 적용돼 그리 저렴하진 않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2030 골퍼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단다.

실내 스크린골프장 인기도 꾸준하다. 서울 은평구의 한 스크린골프장 주인은 “30~40대 직장인 손님들은 원래도 많았지만, 최근 3년새 20대 손님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9홀까지의 스코어를 기준으로 짜장면 내기, 18홀 전체 스코어로 이용료 내기를 하는 문화는 과거 당구장 문화와 쏙 빼 닮았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PC방이나 당구장을 찾던 젊은이들도 점차 스크린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란다. 골프존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봄철(4월) 스크린골프 게임 이용자 수보다 여름철(8월) 이용자 수가 17% 많았다”며 “올해도 비슷한 추이”라고 했다.

 ◇영화 예매하듯 부킹, 반바지 입고 편안하게 
한 남성이 반바지를 입고 골프를 즐기고 있다. 와이드앵글 제공

정규 18홀을 나서더라도 카카오골프예약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예약시스템이 진화하면서 ‘영화 예매하듯’ 부킹 할 수 있다. 회원권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거나, 인터넷으로 예약방법을 확인한 뒤 전화로 시간대별 가격을 일일이 확인한 뒤 예약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시간대별 이용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한 뒤 손쉽게 예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식사 제공여부 △반바지 착용가능 여부 △2ㆍ3인플레 가능여부 등이 명확히 표기돼 있어 혼선이 적고, 무엇보다 골프장마다 앞서 이용한 골퍼들이 축적한 잔디 상태와 캐디전문성, 경치, 시설, 음식에 대한 평점이 매겨져 선호하는 골프장을 쉽게 고를 수 있다.

복장 또한 한결 가벼워졌다. 예의와 격식을 중시하는 종목 특성 탓에 골프장마다 △클럽하우스입장 시 정장 착용 △운동화 착용 금지 △라운드 티셔츠 금지 등 깐깐한 복장 규제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완화되면서다. 대표적인 규제가 ‘반바지 착용금지’였다. 해외에선 보편화된 ‘반바지 라운딩’은 2010년대 들어서야 허용되기 시작했다. 골프장 부킹업체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재작년만 해도 72곳(엑스골프 제휴업체 기준)뿐이던 반바지 착용 골프장이 지난해 135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162곳까지 늘어났다.

 ◇2030 잡아라…용품ㆍ패션업계도 촉각 
볼빅이 내놓은 디즈니 캐릭터 골프공. 볼빅 제공

이처럼 골프에 대한 2030 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복장 규제 또한 점차 완화되면서 골프용품 및 의류 업체들의 전략도 점차 ‘영 골퍼’에 초점이 맞춰진다. 골프공이나 헤드커버, 액세서리 등 골프용품 업체는 물론 패션업체들도 앞다퉈 2030 골퍼들을 겨냥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추세다. 카카오는 자사 캐릭터인 라이언, 어피치, 프로도 등을 활용한 의류, 골프공, 액세서리 등을 출시하며 2030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볼빅도 마블이나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볼빅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대중적이고 인지도 높은 캐릭터 브랜드들과 협력을 통해 출시한 상품들이 매출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SNS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해 2030 골퍼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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