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손님을 태우고 주행하던 택시기사가 깜빡 졸음운전을 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허리를 다쳤다면, 그 역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 김광태)는 택시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7월 새벽 4시쯤 손님을 태우고 서울 한강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갑자기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곧장 응급실로 향한 A씨는 요추 염좌 및 골절 진단을 받았고,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전날 저녁 오후 7시20분부터 계속 근무해 몸이 매우 경직된 상태였는데, 운행 도중 순간적으로 졸음 운전한 것을 깨닫고 놀라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그러면서 허리 부위에 충격을 받아 병을 얻어 치료를 받았으니 업무상 재해가 맞다”고 주장했다.
1심은 사고 경위에 대한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A씨의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는다 해도 갑작스럽게 재해를 당한 원고의 당시 상황이나 기억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상당한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업무와 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A씨가 이미 허리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면 이 사건 재해 발생 이전 장시간 운전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재해 발생 전에 허리부위 통증을 호소했다거나 관련 진료를 받은 기록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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