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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ㆍ남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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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ㆍ남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에요”

입력
2019.09.03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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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유니브페미’ 준비모임이 회원가입신청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번째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승연, 설목, 은비, 권수경, 윤김진서, 노서영씨. 신혜정 기자
지난달 14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유니브페미’ 준비모임이 회원가입신청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번째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승연, 설목, 은비, 권수경, 윤김진서, 노서영씨. 신혜정 기자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폐지될 수 없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달 서울 은평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서 만난 노서영(23)씨는 대학 페미니스트 연합모임인 ‘유니브페미(Univfemi: 대학 페미니즘)’를 꾸리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니브페미를 기획한 노씨는 성균관대 학내 페미니즘 모임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를 이끌어 왔다. 이 모임을 이끌며 활동이 저조했던 총여학생(총여)를 재건하려 했지만, 오히려 학내에서는 ‘총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 결국 투표 끝에 지난해 10월에 총여가 폐지됐다. 노씨는 “학생ㆍ교수 등 여러 사례의 미투가 나왔고 여기에 대학이 응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건데 결과는 반대였다”면서 당시 받았던 충격에 대해 털어놓았다. 총여를 재건하려했던 노씨는 부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대학에서 외롭게 미투운동을 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균관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하던 동료들과 올초 첫 만남을 가졌고, 7월부터 모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았다. 두 달만에 130명이 넘는 발기인이 모였다. 성별ㆍ나이ㆍ소속은 달랐지만 모두 대학 내 성평등을 고민하는 이들이었다.

성균관대를 비롯해 연세대ㆍ동국대에서 총여가 폐지되는 등 대학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는 유니브페미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 현재 대학생들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목격했고 ‘스쿨미투’를 해왔던 1990년대 후반생들로, 고등학교 때부터 페미니즘이 익숙한 세대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학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발기인이자 성균관대생인 은비(활동명ㆍ20)씨는 “고교시절 자연스럽게 성평등을 얘기했기에 대학에 입학하면 더 깊은 논의를 할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취급을 받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성균관대 남정숙 교수가 성희롱 피해를 폭로할 당시 이를 도왔던 양승연(20)씨는 미투운동에 대한 대학 측의 냉담한 태도도 문제삼았다. 그는 “성희롱 피해 교수님들과 함께 집담회를 열려 했지만 행사 3일 전 대학 측이 공간사용신청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외부 초청 강연이 수시로 열렸음에도 대학 측은 ‘외부인사 활동은 안 된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 페미니즘 활동과 관련해 대자보가 훼손되거나 대학 익명게시판 속 인신공격은 흔한 일이었다.

유니브페미는 이런 분위기가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오해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 재학생인 윤김진서(22)씨는 “여성 인권이 보장되면 남성의 권리가 축소되고, 여성 인권활동이 남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누굴 배척하려는게 아니라 여성, 남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정식 출범을 하는 유니브페미의 올해 과제는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 성평등공약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 성신여대 재학생 설목(활동명ㆍ22)씨는 “각 학교마다 당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대학이라는 공간을 학생뿐 아니라 교수ㆍ교직원 등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성평등을 누리는 안전한 공동체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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