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부채의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높았다. 다만 GDP 대비 정부부채는 세계 32위로 안정권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국제결제은행(BIS)의 비금융부문 신용통계를 이용해 43개국 대상으로 ‘정부ㆍ가계ㆍ기업 GDP 대비 부채비율 국제비교’를 실시한 결과 2000~2018년 대한민국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자국통화 기준)가 연평균 14.4%로, 아르헨티나(29.2%), 중국(17.9%)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다만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8.9%로 주요 43개국 중 32위로 안정적인 편이었다. 1위는 일본(214.6%), 2위는 그리스(184.1%)다.
한경연은 고령화 요인으로 정부의 연금·의료 지출이 급증하면서 정부 부채가 미래의 재정을 갉아먹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구(IMF)가 지난 4월 2015년에서 2050년 사이 개별국가의 연금·보건의료지출 증가를 고령화에 의한 ‘정부 잠재부채’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부채는 159.7%로 43개국 평균인 77.4%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브라질(248.1%)뿐이었다.
한경연 측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잠재부채가 미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정부 부채를 밀어올리기 때문에 사전 대비를 위해 정부 부채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율 지난해 97.7%로 43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지난 18년간 가계부채 증가율(9.8%)도 15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 12.5%로 BIS가 통계로 제공하는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DSR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로 값이 높을수록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GDP 대비 기업부채 경우 지난해 43개국 평균이 1.5%p 하락해 94%를 기록할 때 한국은 오히려 98.3%에서 101.7%으로 3.4%p 늘었다. 더욱이 한경연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0 미만) 비중이 32.3%에서 35.7%로 늘어나면서 우리 기업들이 이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경연 측은 올해가 상황이 더욱 안좋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7.1% 감소했고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비중이 17.3%로 작년 말 보다 3.5%포인트 높아졌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정부 부채는 위기 시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면서 “지금 같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도한 부채는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신용위험을 키워 거시경제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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