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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애국하는 길은 나라 밖에도 있다

입력
2019.09.0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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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컨벤션 ‘케이콘(KCON) 2019 LA’가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K컬처 컨벤션 ‘케이콘(KCON) 2019 LA’가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8월 중순에 필자가 가르치는 학부의 대학생 10명과 대학원생 2명을 인솔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주요 대학들과 ICT 기업들을 2주간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국내 모 기업이 학생들의 교과외 활동을 돕는 차원에서 후원한 기부금으로 성사된 행사였다. 흔치 않은 이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 필자와 동료 교수 한 분이 지도교수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탐방할 기관들을 섭외하는 한편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생들을 공개 선발하고 사전에 준비시키는 작업들을 진행했다.

나름대로의 기대를 갖고 미국 LA에 도착한 우리가 처음 가진 일정은 다운타운에 있는 컨벤션 센터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진행된 KCON 2019 LA를 참관한 것이었다. KCON은 CJ그룹이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국 문화 축제다. 이 행사는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K-POP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패션, 뷰티 등 상품까지 이른 바 한류를 주제로 하는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해 인기를 끌면서 미국 LA와 뉴욕,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까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KCON의 특징 중 하나가 자력으로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컨벤션에 초청하여 판매 부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번 KCON 2019 LA에는 40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하여 주로 뷰티 상품을 선보였다. KCON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점은 도요타가 메인 스폰서라는 것이었다. 최근 한일 갈등이 악화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북미의 주요 목표 시장인 10대와 20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KCON을 후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만 명의 미국 젊은이가 한국 문화와 상품, 음식 등을 경험하기 위해 미국 문화의 심장인 LA 다운타운에 있는 컨벤션 센터를 찾는 광경을 보면서, 그리고 미국 프로농구의 성지 중 하나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만 명에 이르는 미국의 K-POP 팬이 우리나라 아이돌의 무대에 환호하고 춤을 따라하고 떼창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뿐만 아니라 함께 참관한 학생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KCON이 준 감동은 특별한 대형 이벤트에서 일어난 것이라 워낙 컸지만 LA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들이나 기업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감동도 결코 적지 않았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우버 등 글로벌 ICT 기업, 로빈후드나 블라인드 등 스타트업 기업 그리고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이나 지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와 프로덕트 매니저 그리고 창업자들과의 면담은 젊은 학생들은 물론 ICT 산업을 직업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했다. 개방적이라고는 하나 이방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언어도 불편하고 문화도 낯선 곳에서 이렇다 할 인맥이 없이 그저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노력 그리고 실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오랜 격언도 떠올렸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고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국내에만 머무르는 국수적인 자세로는 생존이 어렵다. 우리나라가 고립된 섬이나 세계적인 변화의 바람이 미치지 않는 온실이 아닌데 그저 안에서 진영 논리에 갇혀 피아를 구분하여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다.

따라서 LPGA의 고진영 선수, 미국 메이저 리그의 류현진 선수, 유럽 프리미어 리그의 손흥민 선수처럼 뛰어나지는 못해도 각자의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경계를 넘어 더 큰 무대로 도전하여 우리나라를 알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존중받아야 한다. 애국하는 길은 많지만 우리나라 밖에도 애국의 길은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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