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의 응급구조사,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증 시험 응시를 제한하려다 국회에서 거부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의 문제제기에 복지부는 계획을 철회했지만, 정신질환 주무부처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환자의 응급처치와 구조를 맡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의 취득 결격사유 판단 기준일을 면허 취득일에서 필기 시험일로 앞당기려 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논의하는 지난 7월 16일 회의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 현행법은 자격증 결격사유 판단일을 면허 교부일로 정하고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전문의가 응급구조사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만 소견서 등을 제출해 면허 취득을 허용하고 있다.

회의록을 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재찬 응급의료과장은 “다른 응시생에게 줄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이 있다” “주삿바늘 등 끝이 날카로운 기구인데 (이를 이용해) 주변의 응시생이나 감독관 등에게 정신질환자나 약물중독자가 위해를 가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례가 있느냐”라며 “너무 추상적인 것 같다”고 물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런 우려가 항상 있었다”고만 했다. 국회의 반대로 복지부는 현행법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의료계와 정신질환자 당사자단체에서는 복지부가 ‘정신질환자=위험인물’이라는 편견을 드러냈다고 비판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각종 자격증 제한을 완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반하는 움직임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물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도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서초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무실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가 ‘안전하고 편견 없는 사회를 위한 중증정신질환 정책제안’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조현병 환자라도 건강이 좋다면 응급구조사를 할 수 있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적성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희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설사 걱정된다고 해도 관리 인원을 1명 더 배치하는 게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4월 정신질환자의 사회복지사ㆍ응급진료사 응시 제한 법안이 과도한 제한이라며 이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라고 권고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국회 반대가 있는만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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