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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금·달러, 불안한 ELS…꽁꽁 얼어붙은 재테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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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금·달러, 불안한 ELS…꽁꽁 얼어붙은 재테크 시장

입력
2019.09.02 04:40
수정
2019.09.02 07: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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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정기예금 금리. 그래픽=신동준 기자
은행 정기예금 금리. 그래픽=신동준 기자

“보수적인 고객도 많이 가입해오던 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ELS를 담은 펀드(ELF)였는데, 원금손실 파생상품 논란 때문인지 요즘엔 거의 문의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가가 많이 빠진 지금이 손실 가능성이 더 적어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해도 고객들이 불안해서인지 손부터 내젓네요.”(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재테크 시장이 얼어붙었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경제 보복 등으로 전례 없이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최근 파생결합증권(DLS)ㆍ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우려와 그에 따른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은행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PB들이 어떤 상품을 추천해도 고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금리도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고객들은 “사방을 둘러봐도 재테크할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투자자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로 고객들이 많이 찾았던 주가연계형 파생상품(ELSㆍELF)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주가연계 파생상품이 고위험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신규 가입 문의가 크게 줄었다”며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DLSㆍDLF 상품 논란 때문에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주가연계증권 발행규모는 4조5,888억원으로 전월(7조2,083억원)보다 36.3% 급감했고,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규모는 7월 1조9,968억원에서 지난달 9,923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DLS 손실 논란이 8월 중순쯤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데다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가장 큰 독일 국채 금리 연계 상품 만기가 이달부터 도래하는 만큼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안전한 은행예금으로 선뜻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도 아니다. 금리 하락 추세로 인해 예금 금리가 소비자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져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2.17%를 고점으로 꾸준히 하락하며 현재는 1.81%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은행 정기예금 중 금리 2% 이상 비중은 5.7%로 거의 종적을 감췄다.

금, 미국 달러화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은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지금 투자에 나서기엔 애매한 상황이다. 금은 KRX시세 기준 현재 1g당 6만원 안팎으로 4만6,000원대였던 6개월 전보다 30%가량 올랐고, 원ㆍ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넘어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액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채권ㆍAI 기반 투자상품에 관심

전문가들은 예금보다 조금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투자 성향에 맞는 채권형 상품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김향리 NH농협은행 자산관리(WM)연금부 차장은 “투자 등급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의 회사채를 혼합한 채권형 펀드, 그 중에서도 배당까지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요즘 같은 시기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우성 신한은행 분당센터 팀장은 “예금만 해온 보수적인 고객이라면 단기채 펀드가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단기채 펀드는 우량 회사채, 금융채, 일부 국고채 등 안전한 곳에 투자돼 경험적으로 정기예금보다 0.3~0.4%포인트가량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불안정하고 PB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다보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나 자산관리 앱을 통한 분산투자가 이전보다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I는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고객의 투자 이력이나 성향 분석 결과에 합당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흔들리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실제로 5,000만원, 1억원을 이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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