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난적’ 캐나다를 꺾고 호주전 영봉패(0-1)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 부산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A조 예선 캐나다와 3차전에서 8-5로 이겼다. 전날 6안타 무득점 빈공에 그쳤던 팀 타선은 이날 13개의 안타를 몰아쳤고, 4차례나 저질렀던 실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로써 2승1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캐나다, 니카라과와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경기는 11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의 고비였다. 전날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호주에 일격을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특히 실전 감각 부족으로 올라오지 않는 타격 감에 이 감독은 답답함을 내비쳤다. 더구나 캐나다는 대표팀이 연장 승부치기 끝에 5-4로 누른 네덜란드를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강적이었다.
캐나다에 패하면 2패째를 떠안고 조별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여기가 마지막 산이라고 생각해라. 잘못하면 우리 무덤이 된다”고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배수의 진’을 친 대표팀은 1회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전날 침묵한 타선을 깨운 건 장정석 키움 감독의 아들인 장재영(덕수고)이었다. 아직 2학년이지만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재영은 이번 대회에서 4번 타자로만 나가고 있다. 그는 1회말 무사 만루에서 매섭게 방망이를 돌려 선제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장재영이 포문을 열자 박민(야탑고), 남지민(부산정보고), 박주홍(장충고)이 연속 3안타로 5타점을 합작했다. 대표팀은 기세를 올려 3회말 박시원(광주일고), 4회말 장재영이 각각 1타점 적시타를 쳐 8-0까지 달아났다.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은 잠수함 선발 이강준(설악고)은 5회까지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초 1사 후 안타 2개와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에서 이승현(상원고)에게 공을 넘겼고, 이승현이 책임주자를 홈으로 모두 불러들여 자책점은 ‘3’으로 늘었지만 이강준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 대표팀은 8-3으로 앞선 7회부터 마무리 최준용(경남고)을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장재영은 “호주전은 잊고 새로 다시 시작하자는 자세로 임했다”며 “힘 빼고 가볍게 중심에만 공을 맞히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에 대해선 “아직 감독님에게 언제 나갈지 못 들었다”며 “등판 기회가 있으면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투수 이강준은 “캐나다 선수들에게 사이드암 유형은 생소하다고 해서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며 “타자들이 타이밍을 잘 못 잡길래 변화구보다 직구 위주로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잘 뭉쳤다”고 칭찬했다. 대표팀은 2일 니카라과와 4차전을 치른다.
한편, 한국과 슈퍼라운드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과 미국의 B조 맞대결에서는 일본이 16-7로 승리,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2연승 후 1패를 떠안아 공동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최고 시속 163㎞ 공을 뿌리는 일본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는 이날 경기 전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었지만 점수가 크게 벌어지고, 비까지 내려 휴식을 취했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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