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괴물급’ 허리케인 도리안(Dorian)이 허리케인 분류 등급 가운데 최고인 5등급으로 격상됐다. 당초 예상됐던 상륙 지점인 미 플로리다주 보다 북쪽인 노스ㆍ사우스캐롤라이나주 쪽으로 4, 5일(현지시간) 중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오전 도리안의 최대 풍속이 시속 260㎞로 이전(240㎞)보다 더욱 거세져 ‘재앙적(catastrophic) 파괴력을 갖게 됐다며 5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허리케인은 1∼5등급으로 나뉘는데 3등급부터 메이저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며 풍속이 시속 157마일(253㎞) 이상이면 5등급이 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지원을 승인했다. 도리안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앞서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대형 허리케인 상륙을 앞둔 미국 남부지역이 하얗게 질려있다.
도리안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부터 약 150마일(약 240㎞)의 강풍을 동반한 채 시속 8마일(약 13㎞)의 느린 속도로 바하마 해상에서 미국 방향으로 이동해 왔다. NHC는 애버코 제도가 이날 오전 “파괴적인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을 것”이며 오후쯤 그랜드 바하마 섬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진로 상 미국을 직접 강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북ㆍ남부 캐롤라이나에선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강풍과 홍수 등이 닥칠 수도 있다고 NHC는 전망했다. 도리안이 미 본토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다음 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리안의 영향권에 놓인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바하마 정부는 북부 해안의 대부분 지역과 저지대 섬들에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대다수 리조트도 영업을 중단했고 대피하지 않은 채 남은 관광객들은 모두 학교나 교회 등 폭풍을 견딜 수 있는 정부 대피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는 “허리케인 도리안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폭풍”이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플로리다 동부 해안에 있는 브로워드카운티에는 1일부터 강제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마틴카운티에는 부분 대피령이 내려졌고 글레이즈ㆍ세인트 루시 카운티 등에서도 자발적 대피 명령이 발령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의 위대한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처음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도 마찬가지”라며 “도리안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다. 조심하라”고 말했다. 당초 상륙 지점으로 예상됐던 플로리다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고급 리조트인 마러라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마러라고는 알아서 다룰 수 있다”며 논란 소지를 잠재웠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