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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사진 유출’ 논란 휩싸인 트럼프… 이란 폭발사고 ‘고해상도’ 사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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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사진 유출’ 논란 휩싸인 트럼프… 이란 폭발사고 ‘고해상도’ 사진 게재

입력
2019.08.31 21:30
수정
2019.08.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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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관여 안했다” 주장하며 트위터 올려… “정찰위성 사진인 듯”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함께 올린 해당 발사장 사진.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높다는 점에서 ‘군사용 정찰위성에서 찍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3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함께 올린 해당 발사장 사진.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보다 훨씬 더 해상도가 높다는 점에서 ‘군사용 정찰위성에서 찍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기밀 사진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이란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에서 로켓 폭발 흔적이 관측된 것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함께 올린 문제의 발사장 모습 이미지가 화근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이란에 있는 셈난 발사장 1에서 사피르(Safir) 위성 발사체(SLV) 발사를 위한 최종 발사 준비 도중 생긴 재앙적인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폭발 사고 흔적이 남아 있는 이미지를 첨부한 뒤, “나는 발사장 1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밝혀내는 데 있어 이란에 최상의 행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이란 정부가 해당 사고를 인정하지도, 미국을 비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인 메시지였다”면서 “(트윗 중) ‘행운을 빈다’는 건 명백한 조롱”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AP통신은 이란 북동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 로켓 발사대에서 위성 탑재 로켓의 폭발 흔적이 포착됐다면서 이란의 위성 발사 실험이 올해에만 세 번째 실패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국의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와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 이미지에 우주센터의 로켓 발사대 위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기둥, 새까맣게 그을린 로켓 잔해 등이 선명히 드러났다는 게 보도의 근거였다. 그러나 모하마드 자바드 아자리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은 AP통신 보도와 관련, 로켓 폭발에 대한 언급 없이 “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시도가 세 번째로 실패했다는 뉴스가 있던데 (발사 예정이었던 인공위성) 나히드-1은 연구실에 안전하게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쪽에 가까운 언급이었다.

미국의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이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 로켓 발사대 위성 사진. AP통신은 가운데쯤에 보이는 검은 연기 기둥 등을 근거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30일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이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 로켓 발사대 위성 사진. AP통신은 가운데쯤에 보이는 검은 연기 기둥 등을 근거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30일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그런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미지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 발사장 이미지가 일반적인 상업용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고해상도였기 때문이다. 군사용 정찰위성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냐는 추정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자극하기 위해 오전 정보브리핑에서 보고된 기밀 사진을 빼낸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백악관과 정보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다른 관리들은 해당 이미지가 정칠위성 사진의 모든 특성들을 담고 있다고 시인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보기관 관리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미지는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 상단에 검은색으로 무언가를 지운 흔적이 있는 걸 볼 때 군사기밀 사진이 확실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은 그 위치에 ‘기밀 등급’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고 한다. NYT는 “(사진을 공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기밀 분류에서 급작스럽게 해제한 조치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기밀 사진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우리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난 그걸 공개했다. 난 그렇게 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만 답했다. 사진 출처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도 “여러분 스스로 알아내라”고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사기밀 사진 유출 논란’과 관련해 “우리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난 공개했다. 난 그렇게 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며 “(사진 출처는) 여러분이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사기밀 사진 유출 논란’과 관련해 “우리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난 공개했다. 난 그렇게 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며 “(사진 출처는) 여러분이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군사기밀 사진을 공개한 게 맞다면, 이는 이란 측에 ‘모든 걸 감시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행위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NYT에 “모든 적들이 이번에 공개된 사진을 연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란을 놀리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도 “미국의 위성 감시 능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며 “해당 트윗은 다수의 국가안보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 없는 충동적인 사고 방식을 잘 보여 준 좋은 사례”라고 꼬집었다. WP도 “미국은 정보 수집 작업이나 그에 대한 세부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감시 활동을 상대국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정부는 31일 자체 제작한 통신용 인공위성 나히드-1의 실물 모습을 공개하며 재차 AP통신의 ‘발사 실패’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인공위성 모양의 물체 앞에 서서 “나히드-1은 지금 여기 있고, 발사를 위해 국방부에 인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인공위성 발사기지 폭파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란 영공을 침입했다가 격추된 미군 무인기를 잊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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