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16·끝) ‘조현병 바로 알기’ 김재진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현병은 편견으로 많이 잘못 알려져 있지만 안전하게 치료될 수 있고, 조기 발견해 중단 없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 병명이 뭐에요?“ 만성 조현병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가끔 하는 질문이다. 이미 상당 기간 병원을 다녀 자신의 병명을 모르지 않을 것 같은 환자도 정말 모르는 듯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병명을 정확히 말해주면 대개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질문을 다시 던지거나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조현병이 뭐에요?” “요즘 신문에 나오는 그 조현병이요?” “우울증 아니에요?” “부모님이 저 조현병 아니라고 하던데요?” “나중에 검사하면 진단이 바뀔 수 있죠?”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병명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이 공통적이다.

인정하지 않아서인지,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은 환자나 보호자조차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다. 더구나 일반인은 조현병을 더 모른다. 정확한 지식은 전달되지 않은 채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는 편견만 만연하다. 그러니 환자나 보호자들이 병을 감추려 할 수밖에 없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로 한다.

이러한 은밀함은 치료에 대한 소극적 대처 내지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받지 않는 환자의 돌출성 사건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조현병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대한조현병학회와 한국일보는 공동기획으로 지난 15주에 걸쳐 ‘조현병 바로 알기’ 시리즈를 연재해왔다.

이번 연재가 이번 칼럼으로 마감된다. 연재된 칼럼 주제를 정리하면 ①병의 특성 ②입원치료 ③조기치료 ④치료기간 ⑤증상과 진단 ⑥범죄 관련성 ⑦편견 문제 ⑧유전 여부 ⑨회복과 재활 ⑩치료전략 ⑪치료기술 ⑫직업생활 ⑬약 부작용 ⑭가족의 역할 ⑮긍정요소 등이다. 대한조현병학회는 2011년 병명 개정을 주도한 이후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으로 ‘조현병, 마음의 줄을 고르다’라는 서적 발간과 함께 ‘조현병’이란 이름의 디지털앱을 만들어 보급했다. 책이나 앱을 통한 지식 전달보다 신문 지면으로 더 많은 사람이 더 쉬운 방법으로 올바른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가 우리나라 조현병 치료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믿는다.

유명 온라인 서적 판매 사이트에서 국내도서를 검색하면 치매 509건, 당뇨병 283건, 고혈압 207건, 파킨슨병 40건 등의 결과가 나온다. 안과 질환도 백내장 17건, 녹내장 14건 정도로 검색된다. 그런데 조현병은 8건이다. 다른 병에 비해 조현병 관련 책이 매우 적다. 관련 서적 부족은 관심 부족을 뜻한다. 일반인의 관심 밖이었기에 정확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조현병 관련 뉴스는 온통 범죄 관련 사건과 연결되어 있으니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조현병 환자이지만 일반 시민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현병이기에 오히려 특출한 능력을 보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연극, 칼럼에서 우리를 계속 그려주세요. 병의 한 종류로서가 아니라 깊이 있는 인간의 경험으로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법대 엘린 삭스 교수가 조현병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며 2012년 6월 테드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청소년기에 발병한 만성 조현병 환자였다. 장기간 치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공부해 대학교수가 됐다. 인기 강좌를 계속 여는 탁월한 교육자이자 부학장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지식 경험 공유의 대명사인 테드 강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에서는 화제가 됐다.

그는 강연 중에 자신의 위치를 가능하게 해준 이유로 3가지를 들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오랜 기간 훌륭한 치료를 해준 의료진이 첫째, 자신의 병을 알고 이해해주는 남편, 가족, 친구들의 존재가 둘째, 조현병 환자를 교수로 임용해 계속 일하게 해준 직장이 셋째라고 했다. 그는 다음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다른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 바로 우리 조현병 환자가 원하는 것이에요.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죠.“

테드 강연은 미국에서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낙인을 허무는 데 상당히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가정을 꾸미며 훌륭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엘린 삭스 교수 같은 분이 분명히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 편견과 낙인이 너무 강하기에 노출을 꺼려 대중에게 소개되지 않았을 뿐이다.

비록 유명인의 경험담을 통해 전달되지는 못했지만 4개월의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온 본 공동기획 시리즈가 조현병의 편견 해소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긴 호흡으로 다양한 측면을 다뤘지만 핵심 요소는 일관됐다. 바로 ‘조현병은 많은 편견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안전하게 치료될 수 있는 병이며 조기발견/조기치료와 중단 없는 유지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제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병을 감출 필요가 없도록 편견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법·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조현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의 관심과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김재진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