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1994년 서울 홍익동내 낡은 건물에 자리한 이후 현재까지 머물러
협소한 탓에 각종 기전 행사 진행은 물론 연구생용 바둑 공간도 부족
지난해 말엔 한국기원 인근 한전 변압기 사고 여파로 사상 초유의 생방송 중단 사태
화성시 이전 백지화 이후, 서울시내 유휴지 상대로 현재 장소 물색 나서
1954년 설립된 한국기원은 창립 당시, 서울시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1968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처음으로 자리했다. 이후 1994년 현재의 홍익동에 5층 규모로 뿌리를 내린 한국기원 본원은 현재까지 30여년된 낡은 건물에서 숨쉬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이 노후화된 본원의 새 둥지 찾기에 나섰다. 대외적으론 한국 바둑계의 위상 강화에 나서는 한편 대내적으론 최근 침체된 국내 반상(盤上) 분위기에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겠단 복안에서다. 타진 중인 주둔지역은 서울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30일 “기원 본원의 이전을 놓고 현재 서울시와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기원 이전에 적당한 장소로 가능하면 서울시의 유휴지를 살펴보면서 알아보고 있다”고 구체적인 본원 이전 진행 과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 바둑계의 명성 등을 감안하면 한국기원 본원 건물은 다른 나라에 비해 변변치 못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중국 및 일본과 더불어 세계 바둑계의 중심축으로 성장했지만 한국 바둑계의 산실인 한국기원 본원은 경쟁국에 비해 초라한 게 현실이다. 1954년 설립된 한국기원은 창립 당시, 서울시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1968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처음으로 자리했다. 이후 1994년 현재의 홍익동에 5층 규모로 뿌리를 내린 한국기원 본원은 현재까지 엘리베이터도 없는 30여년된 낡은 건물에서 숨쉬고 있다.

각종 국내외 기전을 주관 및 주최 중인 한국기원 본원 건물에 대한 문제점은 그 동안 바둑계 안팎에선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우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본원내 공간 자체가 워낙 협소하다 보니, 각종 기전의 개막식이나 폐막식 등을 외부에서 별도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마이너스란 얘기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세계 기전과 관련된 작은 행사만 하려고 해도 열악한 본원내에선 생각하기도 힘든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한국 바둑계의 자체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또한 부정적이다. 폭넓은 유소년 바둑 인재들을 발굴, 기원내애서 집중 육성 중인 중국 등과는 달리 한국기원 본원에선 연구생들이 마음 놓고 바둑 공부에 전념할 공간조차 부족하다.

오래된 빌딩이다 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도 상존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홍익동 본원의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2018 크라운해태배’(우승상금 3,000만원) 32강전 2경기 생방송 대국 도중, 인근의 한국전력 변압기가 추위에 고장이 나면서 프로그램에 차질이 빚어졌다. 당시 바둑TV에선 화면 하단에 “홍익동 한전 변압기 고장사고로 인해 비상전력으로 중계 중이다”며 “비상전력이 떨어질 경우, 중계가 중단될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는 자막을 내보냈다. 결국, 자신들도 처음 겪어본 상황이라고 전한 진행자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안타깝다”며 해당 경기를 끝까지 내보내지 못하면서 사상 초유의 생방송 중단 사태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야만 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상황을 감지한 한국기원에선 최근까지 본원 이전을 추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기원은 2015년 9월 경기 화성시와 본원 이전과 관련 전락적 제휴협약(MOU)을 체결하고 동탄2지구 여울공원 내 3,500㎡ 부지내 세계바둑스포츠 콤플렉스(2021년 2월 개장 목표) 건립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2008년 ‘화성시장배 정조대황 효(孝) 바둑대회’를 개최한 화성시는 2014년엔 ‘KB국민은행바둑리그’에 프로팀인 '화성시코리요'팀까지 참전시키면서 바둑계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하지만 양측이 이곳에 들어설 경기장 이용료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한국기원의 화성시 본원 이전은 사실상 중단키로 결정됐다.

한국기원 본원의 서울시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프로바둑 기사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원 소속 한 시니어 기사는 “지방에 사는 선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서울시내에 거주하는 프로기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서울시 이외 지역 보단 시내로 이전하게 되면 접근성 측면에서도 나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겼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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