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오는가. 죽음을 맞이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죽음’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래된 화두이자 영원한 주제다. 최근 잇달아 출간된 죽음과 관련한 책들은 죽음이라는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서다.
‘죽음의 부정’은 인간 실존에 관해 답을 제시한 죽음학 분야의 고전으로 꼽힌다. 신프로이트학파 연구자인 어니스트 베커는 “인간의 행위는 죽음을 부정하는 것에 기초를 둔다”고 주장한 이 책으로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2008년 국내 출간됐지만 절판 이후 정가의 4배까지 뛸 정도로 ‘구하려야 구해볼 수 없는 책’으로 꼽혔다. 죽음과 종교, 악에 관해 심층적인 탐구를 펼쳐나간 베커의 성취를 초판 출간 12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죽음 가이드북’은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이자 종교학자인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가 쓴, 말 그대로 ‘죽음을 잘 맞이하는 법’에 대한 안내서다.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묘사한 ‘티베트 사자의 서’부터 죽음을 ‘소풍’으로 표현했던 ‘귀천’의 시인 천상병,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가톨릭 사제에게 삶과 죽음에 관해 물었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까지. 동서고금을 통틀어 우리에 앞서 죽음에 대해 고민한 인물들의 생각과 기록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죽음을 명상하다’는 임종을 앞둔 이들의 명상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인 ‘BWD(Being With Dying): 죽음과 함께하는 삶’ 프로젝트의 기본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마이애미 의과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의료인류학자 조안 할리팩스가 50년간 임종 현장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죽음에 대한 명상의 정수가 담겼다. 어차피 부정하거나 도망칠 수 없다면, 죽음을 하나의 통과의례로 보자고 제안하는 저자는 당사자와 유족이 고독,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으로 인해 임종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구체적 지침과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앞선 책들이 죽음에 관한 사유와 통찰에 집중한다면,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는 부검이라는 생생한 죽음의 현장 한가운데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 국내 법의학의 대부로 불리는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 교수가 40년간 7,000구의 시신을 검시하며 깨달은 죽음의 ‘비밀’을 풀어놓는다. “부검은 죽은 이들과의 대화”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살, 사고사, 살인 등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 검시의학을 통해 죽음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