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5%로 기준금리 동결
이 총재 “세계 곳곳서 R의 공포 부쩍 늘어… 두세달 마이너스 물가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일본과의 경제 갈등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R(Recessionㆍ경기침체) 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추가 인하 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이전보다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우려로 가득 찬 이 총재의 경기 진단 속에 시장은 10월 금리 인하 전망을 높이는 분위기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1.5%로 동결했다. △지난달 금리를 내린 한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 연속 금리를 내린 적이 없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를 지켜본 뒤에 움직일 거란 관측이 높았던 만큼 이번 동결은 어느 정도 시장이 예상했던 바다.
이제 관심은 한은이 언제, 얼마나 금리를 더 내릴 것이냐에 쏠린다. 시장은 당장 10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2명의 금통위원(조동철, 신인석)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데다, 금통위 의결문도 “성장 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물가상승률은 7월 전망 경로에 비해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 등 추가 인하의 당위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지난달보다 한층 더 어두워진 이 총재의 경기 진단도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분쟁 악화는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일부 신흥국의 금융위기 등이 동시다발로 일어나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2.2%) 달성을 어렵게 하는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금리를 마냥 내릴 여건이 아니라는데 한은의 고민이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금리(연 1.25%)와 불과 0.25%포인트 차이다. 이 총재는 이날 “추가인하의 여력은 있다”면서도 “한국의 실질적인 기준금리 하한(실효하한)이 기축통화 국가들보다 높은 점, 현재 기준금리가 낮아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금리인하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의 실효하한이 얼마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얼마 남지 않은 금리인하 카드를 섣불리 쓸 경우, 진짜 위기 때 쓸 카드가 없을 거란 우려도 한은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저물가 현상에, 금리정책조차 듣지 않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저물가는 채소류와 유가 등 공급측면의 영향이 커서 아직 디플레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유가 하락 영향으로 두 세 달 정도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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