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ㆍ13 대책과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등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가 틈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인도 임대사업용 구입이 허용된데다, 대출 규제에서도 비껴나 있어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신규 공급이 늘어나면서 공실 위험이 커지고, 경기도 부진한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규제 비껴간 지식산업센터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ㆍ지식산업ㆍ정보통신 분야 기업과 공장, 지원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건물을 말한다. 과거에는 흔히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렸다. 전국에 약 1,000여곳이 등록돼 있다.
예전에는 산업단지에 공급되는 지식산업센터를 개인이 임대목적으로 분양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법인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투자 목적 구입을 점진적으로 허용키로 하면서 일반인이 법인에 임대할 목적으로 분양 받는 게 가능해졌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과 달리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대출 규제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분양가격 대비 취득세 비율도 오피스텔은 4.6%에 달하는 반면 지식산업센터는 2.3%에 그친다. 또 개인사업자가 입주하는 상가와 달리, 중소 규모 기업이 입주하기 때문에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편이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지식산업센터 임대료는 3.3㎡당 4만원으로 전 분기대비 7.1%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가 10.8%로 가장 많이 올랐고, 구로구(10.3%), 성동구(6.7%), 강서구(5.6%), 금천구(4.9%)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오피스 전체 투자수익률도 올해 1분기 1.69%에서 2분기 1.84%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입주 기업 입장에서도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지식산업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분위기다. 지식산업센터에는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취득세 50%와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단지 조성과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 육성책까지 겹치면서 몸값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주거 시설인 지식산업센터는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서도 매입가의 70~80% 가량 대출이 가능해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를 희망하는 개인ㆍ법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과잉 우려도
이처럼 지식산업센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건설사들도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중소 건설사들이 주로 도맡았지만 최근에는 10대 건설사도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신규 공급이 몇 년 새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설 또는 변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 수는 14개로 지난해 7월(11개)에 비해 27% 늘었다. 올해 하반기에만 7곳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5년 65건에서 지난해 117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올해는 7월 말까지 지난해의 90% 수준인 105건이 승인됐다.
그러나 이처럼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한편으론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대수익률만 따지지 말고 주변 입주 기업의 상황과 교통망 등 입지, 해당 지역의 경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전반적인 실물 경기에도 경고등이 켜진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식산업센터 공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과도한 공급물량 증가와 침체된 실물경제로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양광고 문구나 분양 상담사 설명을 100% 맹신하지 말고 입지와 상품구성, 배후 오피스 수요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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