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관세 예정대로 시행” 불구 “협상팀 의미있는 소통 중” 시그널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1일부터 각각 상대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예고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맞불 관세의 치킨게임을 목전에 두고 출구 모색 기류가 감지돼 미·중 무역전이 기로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30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미국산 상품 관세 추징에 관한 공시를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5,078개 품목, 750억달러어치의 상품에 대해 각각 10%와 5% 관세를 추징하며 9월 1일 낮 12시와 12월 15일 낮 12시부터 적용된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예정대로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 중 일부 품목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관보를 통해 공지했다.
이 같은 보복 관세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국과 급이 다른 수준(a different level)의 무역협상이 예정돼 있다”며 “우리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협상에서 최종 생산물이 무엇이 될지 지켜보자”며 “여러분은 마지막 성과물을 보고 (성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초로 예정된 양국 장관급 회담과는 다른 수준에서 협상이 열릴 것이란 의미지만 어떤 수준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간 미·중 무역 협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과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 사이에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고위급 회담을 위한 실무 조율을 지칭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백악관은 “양측은 다양한 급에서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급의 협상이 열렸는지에 대해 미·중 양측 모두 확인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도 9월 1일부터 추가 관세 부과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강조하며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미·중 협상팀은 의미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반격 수단은 충분하지만 현 상황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는 총 5,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된 관세를 취소하고 무역 전쟁 고조를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보복 관세전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상대에 대한 적대적 수사를 억제하며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9월에 미·중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일시적 휴전을 넘어서는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중국은 자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수사 당국이 화웨이의 또 다른 기술 절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화웨이는 올해초 금융사기 및 기술 절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안과 별도로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을 탈취한 혐의와 경쟁업체 직원 채용 관행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이번 수사가 추가적인 기소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면서도 미·중 무역 협상의 핵심 변수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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