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후에는 벌초와 성묘를 하다가 야산에서 벌에 쏘이고 뱀에 물려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급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이 있던 9월 한 달에만 벌에 쏘여 진료를 받은 환자가 3,681명, 뱀에 물려 진료를 받은 환자가 582명이나 됐다. 또 본격적인 추수기를 맞아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다 진드기에 물리는 일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질환이 ‘쯔쯔가무시병’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다. 쯔쯔가무시병은 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한다. 예방과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뱀보다 무서운 것이 ‘벌’
일반적으로 벌보다 뱀에 물리는 것이 치명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뱀보다 벌에 쏘이는 것이 더 위험하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뱀에 물릴 경우 위험증상이 수 시간부터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벌에 쏘이면 일부 환자의 경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인해 15분 이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알러지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이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 높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성묘를 갈 때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특히 금색 계열의 장신구(목걸이, 팔지 등)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쉬워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벌에 쏘이면 벌침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벌에 쏘인 부위는 손으로 짜는 것보다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약물,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다면 증상과 관계없이 벌에 쏘이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성묘 때 뜻하지 않게 뱀에 물리면 일단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이 때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한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라면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부위를 묶을 때는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 천을 고정해야 한다. 정 교수는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입으로 흡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 절개를 할 경우 동맥이 손상돼 다량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며 “구강 내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어 이 역시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드기, 가을까지 활동 왕성… 야외활동 시 바닥 앉지 말아야
쯔즈가무시병은 산림, 밭, 하천 등에 서식하는 털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쯔쯔가무시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야외활동이 잦은 농부와 군인이고, 추석을 맞아 조상의 묘를 찾은 성묘객들도 이 병에 걸리기 쉽다.
털진드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 등 4단계를 거쳐 성장하는데 이중 알에서 부화된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물의 조직액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충이 사람의 팔, 다리, 머리, 목 등 노출부위와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부위를 물면 유충에 있던 미생물인 리켓치아가 인체로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
쯔쯔시가무병은 진드기에 물린 후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생한다.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기는데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돼 사지로 퍼져나간다. 증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쯔쯔가무시병은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 증상이 호전된다. 기침을 하다가 폐렴으로 진행되거나 쇼크가 발생하는 등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어 증상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가을철 야외에서 활동을 할 경우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가급적이면 바닥에 앉지 말아야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전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는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돼 국내에서는 2011년 처음 환자 감염이 확인됐다. 2016년 165명이던 환자수도 꾸준히 늘어나 2018년 259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수도 2016년 19명에서 2018년 46명으로 증가했다. SFTS는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체가 돼 사람에게 전파된다. 감염이 되면 초기에는 40도가 넘는 원인불명의 발열,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할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기능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말했다. 작은소참진드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기 때문에 가을철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 교수는 “귀가한 후 당일 입은 옷은 털어서 바로 세탁을 하고 샤워나 목욕을 할 때 몸에 혹시 붙어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를 꼼꼼히 씻어내야 한다”며 “특히 머리에 진드기가 있을 수 있어 머리를 구석구석 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무리하게 진드기를 제거하면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 인근 병원에서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