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개막식에서 각국 참석 연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전 주한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오치르바트 푼살마긴 몽골 초대 대통령, 성경륭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조직위원장 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김소연씨 부부,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 러시아 발다이클럽 이사장, 에즐 토예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연합뉴스

‘평화경제와 한반도의 번영’을 주제로 한 ‘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이 28~29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안정한 대외 정세 속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의 의미는 상당하다. 행사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유키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오치르바트 푼살마긴 전 몽골 대통령 등 전직 국가수반들과 국내외 저명인사,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판문점과 DMZ 일대를 직접 방문해 남북 분단의 현실을 보고 평화 정착의 필요성을 체험하며 평화경제의 필요성과 비전을 공유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평화경제의 시작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호 대화에 있으며, 최근 미중, 한일 통상분쟁 등 글로벌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질서의 준수와 다자주의 협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 근린 국가들 간 지역 협력이 평화경제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는데, 이러한 협력이 잘 되려면 상대방 문화를 이해하는 관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악화한 한일 관계에서 과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와 관련해 사과를 하는 자보다 사과를 받는 자가 충분히 수용할 때까지 사과해야 하는 ‘무한책임론’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8ᆞ15 경축사에서 일본 정부에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아베 총리도 하루빨리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역설했다. 그리고 현재의 한일 갈등 상황 타개를 위해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이 강제징용 개별 피해자의 배상 판결을 수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한국은 지소미아 복원과 함께 대일본 수출관리 제도를 개선하고, 동시에 일본은 일방적 경제보복 조치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일본은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정책을 기반으로 하여 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이번 행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점은 평화경제에 대한 개념이 이야기하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었다. 평화경제는 ‘평화’와 ‘경제’의 결합어인데, 평화를 강조하느냐, 혹은 경제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평화경제가 갖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전자는 평화가 경제이익을 확보해 주기 때문에 평화를 더 중시하는 반면, 후자는 경제이익이 평화를 유지해 준다는 점에서 경제가 더 중요함을 함의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분단 상황에 처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국가 간 평화는 주로 정치적 신뢰 관계 형성, 경제적 상호의존도의 지속, 사회적 적대감의 해소, 문화적 이질성의 감소, 군사적 긴장 관계의 해결 등으로 유지된다,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이 수차례 진행됐지만 남북 간 긴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치적 불신이 깊고, 경제적 교류협력이 정체돼 있으며, 사회적 적대감이 존재하고, 문화적 이질성이 커져가며, 군사적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볼 때,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군사적 문제들은 경제적 문제와 직결된 민족의 삶의 질과 연계해 빨리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남북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전쟁을 더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은 높다. 평화경제는 실리적 차원에서 통일의 방향을 설정하고 검증함으로써 통일 논의를 보다 과학화하고 구체화하는데 기여한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타파하고 남북통합, 남북통일을 향한 한반도 평화의 길을 평화경제를 토대로 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구축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이하는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평화경제임은 그래서 세계에 던지는 울림이 크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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