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마치고 이렇게 힘든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직까진 그냥 조금 아프네요.”
배우 박하선에게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오랜만에 후유증을 가져다 준, 특별한 작품이었다.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하 ‘오세연’) 종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하선은 극 초반보다 부쩍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극 중반부터 조금씩 입맛이 없어지더니 지금까지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은 그는 “첫 촬영 당시보다 약 2~3kg 정도 몸무게가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약 두 달여 간의 시간 동안 박하선이 ‘오세연’에 얼마나 깊이 몰입해 있었는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서서히 깊숙이 스며들다’가 저희 작품의 슬로건이었는데 사실 처음엔 그 문구에 크게 공감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그 문구처럼 깊숙이 작품에 빠져있더라고요. 작품을 마치고 이렇게 힘든 건 예전에 출연했던 ‘동이’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동이’ 때는 종영 한 달 후에 우울증이 왔었거든요. ‘하이킥’은 8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몸담았던 작품이다 보니 끝나고 나서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굴러 다녔고요. 그 경험들을 통해서 극 중 캐릭터와 현실의 저를 분리시키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작품을 끝내고 힘들 때면 ‘극 중 인물들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야’라면서 저를 다독이면서 마음을 다스렸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정우와 지은이가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고, 죄짓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정우는 소멸했어’라고 생각했더니 후유증이 크게 온 것 같아요. 자꾸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아직까진 조금 아픈 상태라 털어내려고 염색도 하고 집에선 계속 청소를 하면서 잡생각을 없애는 중이에요.”
박하선은 이 같은 후유증의 가장 큰 이유로 ‘오세연’ 팀의 남달랐던 팀워크를 꼽았다.
“정말 좋은 팀이었어요. 모난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정말 재미있게, 더운 줄도 모르게 웃으면서 했던 작품이었거든요. 누군가 현장에서 실수를 하면 고성이 오가기도 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세연’ 감독님께서는 배우들이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해주셨어요. 그런 분은 처음이셨죠. 감독님부터 그렇게 대해주시니 다들 실수를 해도 ‘우리 팀이 최고야’하면서 넘어가서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나름 열악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모두 으쌰으쌰 하면서 힘 낼 수 있었죠.”
공교롭게도 방송 기간과 맞물렸던 일본 불매운동 정세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채널적 한계, 불륜 미화라는 일각의 지적 등 각종 악조건 속에서 ‘오세연’은 0%대 시청률로 출발을 알렸다. 이후 서서히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2.1%, 최종회 시청률 2.0%로 종영을 맞이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포상휴가 공약 시청률이었던 3.0%의 벽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그간 박하선의 출연작들을 미루어 볼 때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는 성적표다. 박하선 역시 “처음엔 사실 힘이 빠졌었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시청률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사람이었어요. 전작들의 경우 거의 다 10%대 시청률이 나왔었고, 가장 시청률이 낮았던 작품도 5%대는 나왔었기 때문에 종편 채널이라 시청률이 낮을 수 있다는 주변의 걱정에도 저는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첫 방송 시청률이 0%대가 나왔더라고요. 0%대 시청률은 그 때 처음 본 거라 순간 되게 당황했어요.(웃음) 그런데 그날 촬영 현장에 갔는데 다들 실망하기는커녕 ‘잘 될 거예요’라면서 걱정들을 안 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왜 걱정을 안 하지?’ 싶기도 했지만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예전 사람이라 5, 6부면 시청률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저희가 5, 6부 당시에 시청률이 정체 상태였어요.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도 모든 분들이 ‘저희 포상휴가 갈 거예요’하면서 웃으시는 거예요. ‘이렇게 대책 없이 긍정적인 사람들은 뭘까?’ 싶으면서도 저도 같이 힘을 내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채널A 자체 최고 시청률도 넘었고, 채널 내에서는 ‘개국공신’이라는 말도 들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고생하신 스태프 분들과 3%를 넘겨서 포상휴가를 가고 싶었는데 그걸 못 갔던 게 조금 아쉬웠죠.”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박하선은 “이번 작품은 시청자 분들의 감사함을 여실히 느낀 작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다 같이 홍보 진짜 열심히 하고 팬 분들도 너무 열심히 홍보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이번 작품은 시청자 분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여실히 느낀 작품이었어요. 그 동안 시청률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점도 없지 않았는데, 팬 분들께서 다들 저희 포상휴가 보내주시겠다고 저녁 시간을 내서 본방 사수까지 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죠. 각자 살기 바쁜 세상에서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해요. 그런데 그 귀한 시간을 내서 봐 주시는 거니 너무 감사할 수밖에 없었어요.”
한편,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드라마 ‘오세연’은 지난 24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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