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트럼프’가 지구의 운명을 건 치킨 게임을 하며 지구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얘기다. 그는 환경보호나 지구온난화 저지 노력에 대한 비이성적 적대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런 인물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중요한 보루이자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우림을 품은 나라의 국가원수가 됐다는 것부터가 지구촌의 불운이다.
□ 보우소나루는 올 1월 취임 후 환경보호구역 대폭 해제 등 아마존 우림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브라질 전역에서 개간을 위해 숲에 불을 지르는 일이 급증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가 발표한 위성관찰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브라질에서 총 7만3,000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늘어난 것이고 그 절반이 아마존에서 벌어졌다. 아마존 우림은 1분마다 축구장 크기 만큼의 면적이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참다못해 산불 진화를 위해 2,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보우소나루는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거부하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합의 취소 등 경제제재를 거론하자 마지못해 수용했다.
□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기온이 지난달 초 32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에서 자연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툰드라 지역 나무들이 건조해지면서 시베리아에서만 지난달 이후 남한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만4,000㎢의 삼림이 불에 탔다. 알래스카에서도 1만㎢의 삼림이 훼손됐다. 뉴욕타임스는 “기후 변화가 대형 산불을 일으키고, 산불이 온난화 속도를 높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 현재 속도로 온실가스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 6월 호주 싱크탱크 ‘돌파구-기후회복국립센터(Breakthrough – National Centre for Climate Restoration)’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50년이면 낮게 잡아도 지구 온도가 3도가량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계 인구의 55%가 사는 지역은 1년에 20일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2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고집불통 대통령 한 명의 인류 생존을 건 불장난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할 일이 아니다.
정영오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