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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안보보다 정치적 결정”… 靑 불신 여과없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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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안보보다 정치적 결정”… 靑 불신 여과없이 드러내

입력
2019.08.29 18:54
수정
2019.08.29 20:4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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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 등도 “지소미아 연장하라” 공개 언급 

 미국은 직접적 안보 이슈로 인식… 한미 접점 찾기 쉽지 않을 듯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왼쪽)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왼쪽)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공개 요청했지만 미국의 압박 기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국 내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란 취지의 언급으로 청와대에 대한 불신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북한과 중국을 견제해 동북아 지역안보를 지탱하기 위해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지소미아를 되살리기 위해 미 정부는 한국을 끊임없이 압박할 것이라는 시그널이다. 한국과 함께 일본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면서 한일 양국 사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관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나왔지만 11월 22일(지소미아 종료)까지 지소미아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한미간 충돌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이 28일 이례적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공개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데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국무부는 “사적인 외교 대화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 결정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안보적 도전에 대한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한다”는 기존 논평을 되풀이 해 한국 요청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강연회에 참여한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국무부의 논평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질의 응답 과정에서 ‘안보적 도전에 대한 오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에 따른 도전을 거론한 뒤 “국방 전문가들 사이, 그리고 군부 대표들간 토론에서는 안보적 환경에 대한 시각이 일치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이(안보 환경)를 어떻게 보는지 말할 수 없지만, 이번 결정(지소미아 종료)은 안보 환경에 앞서 국내 정치에 중요성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국방 관료들과 대표들 사이에선 매우 일치돼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달 초 서울을 방문해 지소미아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실제 결정에 대해 아무런 사전 주의를 받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뜻 밖의 결정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 정치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이 언급을 두고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이 그의 국방 참모들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것을 시사하며 초점을 날카롭게 했다”고 해석했다. 한미간 국방 채널에선 지소미아에 대한 의견이 같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적 이유로 이를 뒤집은 것으로 미국 측이 불만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기류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례적으로 ‘문 정부’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 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련의 일들은 청와대와 도쿄 안의 사람들과 관련된 것”이라며 ‘청와대’를 꼭 집어 표현했다.

한국 정부가 미 대사를 불러들여 불만 표출 자제를 공개 요청한 데 대해서 미국 전직 대사들은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2004년~2005년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솔직히 내가 주한대사로 재직할 때 불려간 기억은 없다”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도 “흔한 일은 아니다”면서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 대사를 부른 것 자체는 외교의 일환이지만 한미일 3국 공조를 약화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데 대해선 우려했다고 VOA가 전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상당해 한국의 요청에 아랑곳없이 미국의 공개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보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지소미아를 미국이 직접 결부된 안보 이슈로,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양국간 경제 분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한미간 시각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해선 "경제적 결정은 분명히 긴장 고조의 원인이 된다"면서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 문제가 안보 이슈로 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간 갈등이 있더라도 안보 이슈인 지소미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한일간 역사적 분쟁과 적대감, 정치적 불일치는 군사안보 협력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거듭된 질문에 "우리는 그들(한일)이 실제 서로 (제외 조치를) 제거하고 보다 통상적인 무역 관계로 돌아가기를 선호한다”면서 "이들 리스트에 관한 기술적인 세부사항들이 있으니 그 부분은 (협상) 테이블을 통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양국 협상을 촉구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등은 한일간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보는 반면, 지소미아 종료는 이와 별도로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 해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연장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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