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불편하다. 제기된 의혹들의 시시비비는 가려야 하겠지만 편 가르기 양상으로 전개되는 우려도 크다. 불똥이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옮겨붙으면서 교육 현안들을 모두 빨아들인 것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왕 벌어진 이 논란이 아주 의미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자성을 촉구한다 했으니 나부터 돌아본다. 작년 이맘때였다. 수능 정시 확대 논쟁으로 뜨거웠고 아들은 고3 수험생이었다. 일방적인 정시 확대만은 막아보려고 바쁘게 보내던 나에게 어느 날 아들이 자기소개서를 내밀었다. 학력고사 세대인 내가 자기소개서를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이런 내가 아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겠냐만 그래도 “스펙보다 스토리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몇 마디 조언을 했다. 별로 도움이 안 된 내 말을 들은 아들은 교육 관련 책 한 권만 소개해 달라 했다. 아들이 지원하려는 대학 중에 자신이 읽은 책 세 권을 소개해야 하는데 이공계 관련 책 두 권은 정했는데 나머지 한 권은 교육 관련 책을 읽고 쓰고 싶다고. 내 전공인데 뭐가 어렵겠나. 책 한 권을 아들에게 건넸다. 아들은 내가 건넨 책을 정독하더니 자기소개서에 그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
딱 그 무렵이었다. 평소 알고 지낸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기소개서를 보내주었더니 직접 학생을 상대하는 전문가의 조언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아들은 그렇게 선생님의 조언까지 참고해서 자기소개서를 마무리하고 수시 원서를 냈다. 결과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수시 지원한 모든 대학에서 다 떨어지고 정시 원서를 준비하던 차에 간신히 추가합격 통지를 받았다. 아들은 그렇게 어렵게 대학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내가 그랬듯이 학점과는 멀어진 대학 신입생으로 청춘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찰나에 조 후보자 자녀에 대한 대학입시 ‘스펙’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혼란스러웠다. 이 논란의 잣대를 내게 대 보았다. 내가 아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선생님이 아들의 자기소개서를 봐준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이 공정했는지 말이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공정 담론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싶었다.
교육 현안만 보더라도 학교 비정규직, 고교 무상화, 누리과정 예산 분담, 교원 승진과 성과급, 교육과정 개편, 자사고 논란 등 모든 이슈들에는 공정이 관통한다. 이 과정에서 보편적인 기회 균등과 능력에 따른 차등비례가 충돌한다.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맞닥뜨린 모든 갈등 이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 정책들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측정 가능한 점수와 스펙 위주로 만들어진다. 그 정점을 대학입시 정책이 맡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제기되는 공정성이 정의롭지 않은 ‘치킨게임’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어느 하나가 핸들을 돌려 치킨(겁쟁이)이 되거나 둘 다 버티다가 모두 자멸하는 그 바보 같은 게임 말이다.
그렇게 자멸하지는 말자고 내게 묻는다.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에서 보듯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공정이 아니라 공생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치킨게임만 하고 있을까? 이 공정은 정의로운가? 식을 줄 모르는 공정은 잠시 내려놓고 공생하는 우리 삶을 이야기하면 어떨까? 유ㆍ초ㆍ중등교육 강화, 사립학교 공립학교 전환, 방과후와 돌봄의 사회적 합의부터 하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이 쌓아가야 할 것이 공정을 위한 스펙인가, 공생하는 스토리인가?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