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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주권은 없다? 중ㆍ일ㆍEU는 자국민 정보 보호 안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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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주권은 없다? 중ㆍ일ㆍEU는 자국민 정보 보호 안전장치

입력
2019.08.3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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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주권, 기술 독립을 향하여] <3> 데이터 주권 경쟁 치열한 지구촌 

 한국 ‘데이터 주권’ 걸음마 단계… “외국 기업 놀이터” 조롱당하기도 

네이버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NBP 제공
네이버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NBP 제공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ㆍ중 정상은 무역 이슈가 아닌 ‘데이터 주권 문제’로 때아닌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정보 통제를 겨냥해 "국가를 넘는 데이터 유통 등을 제한하는 (중국의) 움직임은 무역을 방해하고, 프라이버시나 지적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각국의 자주적인 관리권을 존중하고 데이터의 질서 있는 안전 이용을 확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 주석은 또 불법적인 데이터 수집 가능성 등을 이유로 중국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향해 “공평, 공정하고 차별 없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세계 경제 양강인 미국과 중국은 이미 글로벌 데이터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월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틱톡’에 과징금 570만달러를 부과했다. 틱톡이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행하며 아동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는 이유에서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려 자신을 표현하는 틱톡은 전세계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틱톡은 이용 약관에 ‘이용자 정보는 법령에 따라 국가(중국) 당국이 공유할 수 있다’고 명시해, 사실상 틱톡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가 들여다 볼 수 있게 해놓고 있다. 미국이 틱톡에 벌금을 부과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라고 해서 사용자 정보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구글은 지난 2017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뤘다.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등도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 음성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 IT기업들의 이런 정보 침해 사례를 이유로 들며, 자국 데이터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에 ‘국적과 주권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세계 각국 정부들은 자국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국민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GDPR’(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강력한 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구글 등 미국 IT기업이 유럽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법적 규제로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이보다 한 술 더 떠, 외국 기업의 자국민 데이터 수집ㆍ처리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정부의 요구로 데이터 수집 및 원격 업데이트 기능을 제한한 중국 별도 전용판 ‘윈도우 10’을 개발해 중국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틱톡 사례처럼 자국 기업이나 기관의 해외 데이터 활용은 적극 장려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타트업 등 인터넷 기업은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승인 하에 다른 해외 기업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해외에 있는 제3자에게 자국민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각국의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정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각국의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정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하지만 우리나라는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국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IT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데이터를 보호할 강력한 법적 장치도 없다 보니 세계 데이터 주권 확보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무분별 하게 반출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해, 외국 IT 기업들의 ‘정보 수집 놀이터‘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이 포함된 정보기본권 개념을 마련한 정부는 국내 데이터의 국외 이전 중단 명령 등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수집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이들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는 국가 통제하에 두도록,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김상배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정보나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지 못하면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ㆍ제도적 정치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단 데이터 주권이라고 해서 중국처럼 모든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고 사용을 막기 보다는, 정보 주체인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 하는 유럽처럼 무분별한 데이터 유출을 막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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