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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우리나라 주변 해역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입력
2019.08.29 20:00
수정
2019.08.29 22:5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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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문가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가진 정영오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접근이 필요하며, 과도한 불안은 오히려 실체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대전=홍인기 기자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가진 정영오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접근이 필요하며, 과도한 불안은 오히려 실체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대전=홍인기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일본 정부가 보관 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방사성 오염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더 증폭됐고, 우리 정부도 일본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방사성 오염물질의 확산은 주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보공개는 주변국으로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인 백원필(58)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들어봤다.

_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관련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사성물질 확산 등에 관한 연구를 주도해온 것으로 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발생 다음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이 마음에 걸려 연구소에 나와 상황을 지켜보던 중 1호기에서 수소가스 폭발이 발생했다. 즉시 연구소 내 전공자들을 모아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상황 파악에 착수했다. 당시 자료가 부족해 후쿠시마 원자로가 어떤 모델인지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할 정도였다. 이후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과 발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우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관련 데이터 수집 및 평가 작업을 했다. 방사성물질의 대기 및 해양 확산과 이로 인한 오염 정도를 계산할 수 있는 기관은 우리 연구원뿐이었다. 당시 방사성물질 오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아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도 했다. 2012년에는 한국원자력학회 후쿠시마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그해 11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복구 상황을 확인했다. 50명의 관련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위원회에서 관련 정보와 기존 보고서들을 종합 분석하고 독자적 시각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2013년 3월 만들었다.”

_ 최근 그린피스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경고하고 나섰다. 국민 대다수는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면 해류 흐름상 그 영향이 1년 뒤에나 미치게 되는 만큼 오염 정도도 낮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린피스는 동중국해를 거쳐 구로시오 해류를 만난 오염물질이 1, 2년 내에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 22곳에서 매년 표층 해수의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를 재고 있다.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은 인공 핵분열로 발생하는 것인데, 과거 핵실험 잔존물이 전 세계 바다와 토양에서 검출된다. 후쿠시마 사고 다음 해인 2012년에도 이 세 가지 방사성 오염물질의 농도는 사고 이전 5년간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지난해까지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올해 3월 공개한 2018년 원자력안전연감에 ‘검출된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5년간 평균치 이내로 일본 사고 원전 및 오염수 유출로 인해 현재까지 우리나라 해역에 미친 영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염수가 동중국해와 구로시오 해류를 만나 우리 해역으로 단기간 내 흘러들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흘러드는 오염물질은 후쿠시마 원전 전체 배출 양의 0.00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999%는 태평양으로 퍼진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인근 해역 전역에서 난 해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백원핀(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본보 정영오 논설위원이 연구실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홍인기 기자
백원핀(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본보 정영오 논설위원이 연구실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홍인기 기자

_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방사선량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지금까지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생존자들의 피해를 장기 조사한 결과가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조사 결과 100밀리시버트(m㏜) 이상 피폭된 생존자는 암 발생 등 피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하지만 그 이하 피폭자들에게서는 분명한 영향이 보이지 않아 논란이 된다. 현재 100m㏜ 이하에서도 암 발생률이 피폭량에 비례한다는 ‘문턱 없는 선형(Linear No ThresholdㆍLNT) 모델’, 일정값 이상에서만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문턱(Threshold) 모델’, 매우 낮은 피폭선량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호메시스(Hormesis) 모델’ 등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와 각국 규제기관들은 방사선 방호를 위해 LNT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ICRP와 우리나라의 연간 피폭량(자연방사선과 의료용 제외) 기준은 관련 직업 종사자 20m㏜, 일반인 1m㏜인데, 그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안전한 값으로 설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거주자의 연평균 자연방사선 피폭량이 3.1m㏜이고, 흉부 CT 1회 촬영 시 8~10m㏜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반인에 대한 기준은 매우 엄격한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관련 직업 종사자에 대해 연간 50m㏜의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 수산물에서 검출되는 인공 방사능은 일반인 선량 기준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물론 일본 후쿠시마 주변 농수축산물은 주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을 염려하지만, 사실 야생육이나 내륙 하천 어류가 더 위험하다. 농지는 대부분 제염작업을 끝냈고, 바다로 흘러든 방사성 오염물질은 해류를 따라 많이 흩어졌지만 숲이나 숲을 지나는 하천은 거의 제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_ 그린피스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관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곧 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어떤가.

“그린피스 말대로 후쿠시마 사고 원자로에 계속 지하수가 흘러들어 오염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설계된 원전을 지으면서 일본의 지질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최초 설계기준이 우리나라보다도 낮을 정도였다. 특히 바위를 20m나 깎아 낮은 곳에 원전을 지었기 때문에 쓰나미 피해를 봤고, 지하수 문제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원전 건물에는 사고 때 녹아내린 핵연료들이 있어서 균열을 통해 들어오는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이를 그대로 두면 원자로 건물과 보조 건물 등에 오염수가 넘쳐흐르게 된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원자로 주변에 벽을 쌓아 지하수 유입을 줄이면서, 탱크를 건설해 오염수를 담아 원자로 주변에 보관하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발생 오염수가 하루 600~700톤이었으나, 지금은 하루 150~170톤으로 줄었다. 그렇게 쌓인 오염수가 현재 115만톤인데, 충분치는 않아도 대부분 방사능제거(제염) 장치를 거친 것들이다. 115만톤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설명하면, 반지름이 270m에 수심이 5m 정도인 저수지에 담긴 물 정도의 양이다. 너무 많다고 생각되겠지만 태평양 바닷물 양과 비교하면 미미한 양이기도 하다. 현재 오염수에 축적된 방사성 오염물질의 총량은 사고 당시 유출된 양에 비하면 극히 적기 때문에 방류해도 생태계에 대한 위험은 사고 당시보다는 작을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보관 시설을 확장해 계속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제염된 오염수는 방류해도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_일본은 사고 직후부터 원전 오염수를 제염해 방류하겠다고 밝혀왔지만 뒤늦게 사고 직후 고농도 오염수 1만톤 이상을 유출했고 이후에도 계속 유출되고 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환경단체의 고발이 잇따르자 지난해 9월에야 보관 중인 오염수의 제염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 실패했고 이를 숨기려 한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주장대로 스트론튬과 세슘 등은 제거해도 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방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거세다.

“도쿄전력 자료 등에 따르면 2단계 처리를 모두 거친 오염수 101만 톤 중 23%는 국제적인 방류기준을 만족하고, 34%는 기준의 1~5배, 21%는 5~10배, 16%는 10~100배, 6%는 100배 이상이다. 삼중수소는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제거하지 않았는데, 농도가 방류 허용 기준치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점 예상은 어렵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물로 희석해 방류기준을 맞추면서 태평양으로 배출할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배출은 분명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변국이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일본 당국이 관련 상황을 숨기려 했다는 전력 때문에 국제적 신뢰가 실추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변국 이해를 구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 우리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중국 대만 등 주변국과 함께 현지 오염수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 요구해야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일부 환경단체 주장에만 근거해 일본을 공격하면 오히려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인터뷰=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백원필(58)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1991)를 받았다. 이후 카이스트 연구부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 중이다. 열수력안전연구센터장,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 3월까지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과 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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