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횡령^수임 비리도 연루 /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망간 범죄자에게 “무사히 귀국시켜 주겠다”고 거짓말로 안심시키며, 거액의 로비자금 등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변호사가 결국 구속 수감됐다.
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수원지법은 최근 사기, 횡령,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41ㆍ변시 1회)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믿음과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거액을 뜯어내거나 범죄수익을 보관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아 임의로 사용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건 기록 등에 따르며 A변호사는 2017년 4월 성매매업소 광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필리핀에 도망가 있던 B씨와 B씨 친동생 2명의 사건을 수임했다 B씨 동생들은 형과 같은 혐의로 이미 한국에서 구속된 상태였다. 당시 그가 수임료로 받은 돈은 2억원이었다.
그러나 의뢰인이 모두 구속되거나 해외도피 중인 상황에서 A변호사는 의뢰인 이익보다 자기 주머니를 챙기는 데에 혈안이 됐다. 그는 B씨에게 “필리핀에서 체포되지 않고 귀국을 하려면 필리핀 당국에 로비를 해야 한다”고 속여, 5,000만원어치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는 두 동생이 구속되고 함께 도피했던 공범이 필리핀에서 체포되자, 도피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재판을 받고자 했다. 이에 A변호사는 “필리핀 비코탄 수용소는 수감자가 죽어도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곳"이라고 겁을 주며 “내가 체포를 1주일간 미뤄달라고 필리핀 당국에 로비를 해 둔 상태”라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나중에 B씨는 일반적인 외국인 추방 절차에 따라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귀국에 필요한 증명서가 이미 이민국에 접수돼 귀국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A변호사의 금품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 재판부에 나쁜 인상을 줄 수 있고 추징될 위험도 있다”며 B씨의 제네시스ㆍ코란도 승용차, B씨 동생의 아우디 승용차를 처분해 주기로 한 뒤, 제네시스 차량의 매매대금 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범죄수익금을 대신 보관해 주겠다며 1억1,300여만원이 든 통장의 카드와 비밀번호를 수수하는 등 범죄수익을 숨기는 일에 관여하기도 했다.
또 다른 범죄행위도 발각됐다. 그는 2016년 6월 홍콩과 마카오 등에서 자신의 지인 C씨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법인을 세워 그 명의로 집을 사면 나중에 헤어져도 돈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이 실제 소유한 회사의 계좌에 돈을 보내도록 해 3억여원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A변호사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이 사건 외에 다른 횡령ㆍ수임비리 사건에도 연루돼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절차에 회부된 상태다. 변호사는 관련 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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